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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준 호 Jul 03. 2024

증산동 밀라노 기사식당으로 오세요

골목이 콘텐츠다

석양이 지는 불광천의 늦은 오후, 재빛 햇살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출출해진 우리는 저녁 먹을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검색의 여왕인 썬이 근처 증산동에 위치한 이탈리안식 밀라노 기사식당을 추천했다. 2016년 유럽 여행 이후, 이탈리아의 추억이 강렬해 우리는 이탈리안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밀라노와 기사식당의 조합이라니, 호기심이 생겨났다. 10평 내외의 1인 청년 사장이 운영하는 밀라노 기사식당에서 파스타를 주문했다. 분위기가 아늑해 와인 한 병도 추가했다.     


“저희 식당은 퓨전 식당입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 사장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얼마 후, 청년 사장은 2020년 가게를 오픈한 후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들려주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인스타그램에 ‘빈 그릇 이야기’를 통해 손님과 소통하며 단골을 만들고, 가게를 힘겹게 운영한 사연을 들었다.     


“책을 내시지요.”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한 손님의 빈 그릇 이야기는 하나의 콘텐츠이자,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몇 번의 만남을 이어갔고, 기획서를 만들어 출판사에 제안한 끝에 책이 출판되었다. 구청에서 퇴사한 후 출판 에이전트 일을 계속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는데, 이 책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이제 나도 1인 출판사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그 과도기에서 <어서오세요. 밀라노 기사식당입니다>(박정우 지음/예문당)가 출간된 것이다.     

인생의 좋은 일은 함께 오는 법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박정우 대표는 유재석 MC가 진행하는 <진짜 가짜> 예능 프로그램에 밀라노 기사식당이 소개되기도 했고,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대기 손님이 100미터나 이어지기도 했다.     


“출판 기념회를 가집시다.”     


책이 나오고 난 후, 나는 박정우 대표에게 출판기념회를 제안했다. 장소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은평구 청년가게를 운영하던 위너쉐프에서 열었고, 출판기념회 프로그램에서도 요리 시연을 포함했다. 모든 것이 청년 쉐프가 이제 작가로서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다.     


책 출간과 홍보 이후 박정우 작가에게 좋은 소식이 연이어 생겼다. 은평 청년센터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대상 강의’를 제안했다. 나는 박정우 대표가 쉐프를 하며 출판을 통해 작가 되기, 콘텐츠 기반 강사 되기를 실현하게 되어 아주 기뻤다. 늘 노력하며 준비해온 박정우 작가의 활동력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나는 박정우 대표에게 골목가게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서울시나 정부의 ‘골목가게 스토리’ 등에 공모해보라고 권했다. 박 작가는 서울시 ‘골목창업 경진대회’에서 1차 수상 후 2차 수상까지 하며 소정의 프로젝트 비용을 받았다. 박 작가의 밀라노 기사식당이 청년 가게로서 그 콘텐츠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두 번째 책도 준비했다. 첫 번째 책이 에세이였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자기계발서 장르의 책을 준비하여 2024년에 출간했다. 젊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자립 방정식을 담은 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예문당)를 출간하였다.      



너무 힘들어진 골목식당, 아무리 작은가게라도 콘텐츠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기회는 생긴다. 증산동 밀라노 기사식당이 이를 보여준다. 코로나19를 버텨온 힘이 인스타 빈그릇 이야기라는 스토리이자 콘텐츠다. 그것이 책이 되었다.       


1인 1책이 있는 신사2동과 밀라노 기사식당 증산동의 거리는 800여 미터이다. 그 짧은 거리에서 작가를 만나 책을 출간했다. 골목 안에는 저자가 있고 콘텐츠가 있다. 그 실제 사례이기에 책을 기획하고 펴내고 홍보하는 기간이 즐거웠다. 새로운 박정우 작가의 도전을 기대해본다.    

      

골목 보물지도 - 서울시 ‘골목창업 경진대회’      


서울시 ‘골목창업 경진대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이 대회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다양한 지원기관과 협력해 진행된다. 목적은 서울의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기차게 만드는 것이다.      


대회 개요:

목적: 골목상권 활성화, 창업 아이디어 발굴

주최: 서울시

참가 대상: 예비 창업자, 소상공인, 창업 5년 이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멘토링, 네트워킹, 창업자금 지원     


대회 과정:

접수: 참가자는 창업 아이디어를 제출해 서류 심사를 통해 예선을 통과.

예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심사위원에게 발표.

본선: 예선을 통과한 팀들이 본선에서 경쟁.

시상: 우승자에게 창업 자금, 사무 공간, 멘토링을 지원.     

지원 혜택:

창업 자금: 상금 및 초기 창업 자금

멘토링: 창업 전문가의 멘토링과 컨설팅

네트워킹: 투자자 및 창업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킹

사무 공간: 창업 준비 및 운영을 위한 공간 지원


참가 방법: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아이디어의 창의성, 실현 가능성, 시장성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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