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려다,
멈췄다.
손가락 끝이
너의 이름 앞에서 망설였다.
그 이름을 누르면
당신이 떠오르고,
그 말을 보면
내가 사라졌다.
“잘 지내.”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짧은 인사 뒤로
계절이 몇 번 바뀌었다.
삭제라는 말은
너무 차갑고 냉정해서,
잊는다는 말은
너무 거짓 같아서,
나는 그냥
그 이름을 거기 두기로 했다.
네가 없는 자리를
그 이름 하나로
채워보고 싶었다.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걸
나는
당신을 보내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