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21세
학교 다니는 게 재미없다.
입학과 동시에 CC가 되자 나는 호감 가는 남자 근처에 가볼 수도 없었고, 1호 CC라는 낙인이 찍히자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도 없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항상 뿔테 남자애가 내 옆에 있다 보니 강의실을 옮겨 다닐 때도, 점심시간에도, 수업 끝나고 집에 갈 때도, 이후 이어진 크고 작은 '술자리'에 참여할 때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참 해서는 안될 말이지만.. 아마 내가 좋아서 만났더라면 하지 않았을 말이지만.. 뿔테 남자애에게 학교에서는 붙어 있지 말라고 말해 버렸다. 착하디 착한 그 애는 알겠다고 했고 그때부터 학교에서는 나하고 물리적 거리를 두었다. 이를 테면 내가 강의실 어디에 앉는지 보고 내가 앞자리에 앉으면 그는 맨 뒷자리로 가서 앉는 식이었다.
그리고 내가 집에 갈 때쯤 버스 타는 정류장 앞에 와서 나를 맞이했다. 그는 매일 나를 집에 바래다주었다.
아침에도 집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하루는 아침저녁으로 통학을 함께하는 것이 싫어서 전화기를 꺼버리고 일찌감치 학교 중앙도서관에 가서 책 보는 척하다 잠을 잤다. 그러자 뿔테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안달이 났고 어떻게 짐작했는지 내가 있던 도서관에 와서 나를 찾아냈다. 엄청 걱정한 표정이었다.
첫 개강파티 날 씌워진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쟤네 둘이 술 마시다 바깥으로 나가 뽀뽀했다는 오명이 싫었다. 뿔테는 길가 어딘가 나를 앉혀놓고 제법 깊은 스킨십을 시도하는 쇼를 몇 명에게 보여주었던 모양이다. 일부러 보이려고 한 건 아닐 거라 믿고 싶지만, 이내 조롱거리처럼 전락한 것 같아 그 이미지가 치가 떨리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뿔테와 사귀는 게 더 싫었다.
걔 때문에 학교 생활이 지루해졌다 생각되자 얼마 안돼서 나는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만난 지 100일도 안 걸린 것 같다. 뿔테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냉랭하게 변해버린 내 앞에서 '그래 그럼.'이란 말을 남기고 크로스 백을 뒤로 한껏 젖히며 돌아서서 간 후 다시는 내게 오지 않았다. 내 옆에 오지는 않았지만 무수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강의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길가에서도 그의 시선이 항상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