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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Apr 09. 2024

줄을 서시오.

교실이야기

3월 새 학기부터 친구들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주혁이라는 아이가 있다.

화가 나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았고

교과실이나 급식실 이동시 

줄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화가 나서 어디로 숨어버린 주혁이를 찾아 

반 아이들이 학교를 수색한 일도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의 주혁이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해주어야 했다. 

아이들과 직접 갈등이 될까 걱정이 되어 

무슨 상황이 생기면 선생님에게 

먼저 이야기하라고 말해두었다.


오늘 국어시간엔 2단원 평가 오답풀이를 하도록 했다.

배움 공책에 자신이 틀린 문제와 정답 및 이유를 적게 하고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는 문제는 

전체적으로 해설을 해주었다.

틀린 문제가 거의 없는 아이들은 자신의 오답을 해결하고

많이 틀린 아이들을 하나둘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주혁이를 가르치는 꼬마 선생님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주혁이를 

서로 가르치겠다고 투닥거리는 상황이 되었다.


"와, 우리 주혁이 친구들이 서로 가르쳐주겠다고 난리네. 좋겠다~"

그랬더니 주혁이가 머쓱하면서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씩 미소를 지었다.

"안 되겠다. 너네 주혁이 가르쳐주려면 줄을 서든지, 

아니면 주혁이보고 제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뽑으라고 해야겠다."

그러자 주혁이가 수영이를 지목했는데 

결과(?)에 승복을 못한 

다른 꼬마선생님들은 여전히 

옆에 옹기종기 붙어서 말을 얹었다.


나는 이럴 때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평소에 갈등도 참 많은데

미움과 감정을 쌓지 않고

서로 도와주겠다고 다투는 아이들.

사람을 살게 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 했던가.

주혁이도 친구들의 사랑으로

4학년이 끝나갈 때쯤은 좀 더 다듬어진

보석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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