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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ewis
시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거의 다 쓴 샴푸통 같았다
다 쓴 줄 알았는데
눌러보면 나오고
눌러보면 또 나왔다
다음번엔 꼭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새 샴푸통을 꺼내
옆에 두고서도
차마 너를
버리지 못했다
통 안을 들여다보면
바닥에 샴푸가
남아있었다
샴푸통을 버리기까지
여러 날이 걸렸다
완전히 다 쓰지는 못한 채로
너에 대한 미련이
덕지덕지 묻은 채로
시작은 알았는데
끝은 모르는 채로
무의미와 무질서와 무쓸모에서 그럴 듯한 것을 찾아 헤매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