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안내견을 만나다

일상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아침 출근길 4호선 열차에서 3호선 열차로 갈아타려고

줄을 서 있었다.

문이 열리고 3호선 열차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는데 그 가운데 늠름한 개 한마리가 보였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이었다.


순간 그 안내견이 어찌나 늠름해 보였는지

마치 버킹엄궁전의 호위병이라도 보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을 청소기처럼 대량으로 빨아들였다가

고래가 물을 뿜어내듯 토해내는

출근시간대의 지하철에서도 치일 것 같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 장애인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자동적으로 드는 생각은 '조금 안 됐다는' 연민의 마음이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 시각 장애인이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 눈을 뜨고 다니면서 우리는 안 봐도 되는 것까지

너무 많이 보곤 한다.

사고처럼, 원하지 않아도 '보고 말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누군가 자신을 안전하고 옳은 곳으로 이끌어주고

있다는 믿음.

믿음과 믿음 사이에 끈적하게 얽혀있을 애정.

무언가에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약간의 맹목.


안내견과 시각 장애인이 스쳐 지나가는 잠깐의 순간

그러한 온도의 따뜻함을 느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눈을 감고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눈을 뜨고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눈을 감고도 느끼는 것들이 있다.


손끝에 느껴지는 안내견의 털이

그 사람에게는 그 어떤 깃털보다도

부드러울 것이다.


두 팔에 안기는 안내견이

세상의 모든 품을 다 합친 것만큼

따뜻할 것이다.


지하철에 콩나물처럼 담겨있는 이 모든 사람들에게도

어쩌면 각자의 안내견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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