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완벽한 가정은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걸까?
보는 사람이 없으면 가장 먼저 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족은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이자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곳이기도 하다.
남들 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곪을 대로 곪아있는 경우가 많다.
엄친아, 엄친딸 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나의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 아빠의 사랑과 인정에 늘 목말랐다며 차갑게 돌아서기도 한다.부족함 없이 키웠고 단지 더 잘되기를 바랐을 뿐인데 말이다.
엄마, 아빠 말이라면 고분고분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 돌변하기도 한다.난데없이 그동안 쌓인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한다.
'남들 보기에' 화목한 가정과 '진짜'화목한 가정은 다르다.
가족 내 힘의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릴 경우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군부독재하에서 '무서워서'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몇 년 전 방영된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에서 '영재'는
모두가 서울의대합격을 축하해 줄 때 의대합격증을 부모에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영재' 엄마는 결국 자살을 한다.
드라마라서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된 걸까?
종종 우리의 실제 삶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저런 일이"할 만한 일들이 현실에서는 더 많이 벌어진다.
대체 '화목한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
갈등이 없고, 자녀들은 부모 말에 고분고분하며,
1년에 몇 번씩 여행을 가는 가정일까?
내가 생각하는 '화목한 가정'은 갈등이 존재하며
가족 구성원이 힘을 합쳐 갈등을 해결하는 가정이다.
각자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정이다.
며칠 전 동네에 어린이 영어 뮤지컬 극단이 들어왔다.
평소에 늘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던 첫째를 데리고
체험수업을 갔다.
설명회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가 있으면 어수선할 수도 있다고 해서 둘째도 참여를 시켰다.
6개월간 작품 지도 및 공연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300만 원가량이었다.
심지어 체험수업이 재미있었는지 둘째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둘이 합쳐 총 600만 원인 것이다.
현재 가정 재정 상황에서 무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너무 비싸서' 시켜 줄 수 없다는 분위기를 감지한 아이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솔직하게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마음은 정말 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겠다고 말이다.
아이는 역시 실망했지만 나의 눈빛과 표정으로 진심을 읽은 것 같았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주고
하하 호호 모두가 기분 상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적이었을까?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여러 가지 제약과 문제들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마찬가지다.
'화목한 가정'은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서로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고 알아주며
조율하는 가정이다.
내가 꾸리고 싶은 가정은
남들 보기에 부족할 것 없는 가정이 아닌
뿌리가 단단한 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