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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Jul 16. 2024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 능소화(凌霄花)

 유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산울타리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잡초를 뽑고 있었다. 단순노동은 흥미롭지 않아 풀을 뽑으면서도 자꾸 엉뚱한 생각이 든다.


“분명히 잡초를 며칠 전에 뽑았는데..”

“도대체 언제 이렇게 올라온 거지?”


 인류의 역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라 하지 않았던가.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그림처럼 허리를 숙이고 반복적으로 잡초를 뽑다 보면 이들의 생명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지긋지긋한 이 반복된 노동을 끊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삭 줍는 여인들 - 밀레

 김매기에 지친 나는 잡초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거두고자 농약 살포를 진중히 고민하지만 어렵게 가꾼 정원수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까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한다. 투덜이가 된 나는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 위에 잔디밭에 앉아 시원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처진 고개를 들어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다 뜨거운 태양빛에 비친 주황색 꽃이 눈에 들어왔다.


“어휴.. 저건 또 언제 저렇게 타고 올라갔지”

사진출처 :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터벅터벅 덩굴이 덮인 은행나무로 걸어갔다. 줄기를 휘어감은 덩굴이 나무 성장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여 휴대하고 있던 손톱(Hand saw)을 꺼내 덩굴 근원부를 자르려 했지만.


“덩굴이 나무 수관을 모두 덮은 것도 아닌데..”

“여름꽃이 귀한데 놔두지 뭐”


능소화(凌霄花)

 중국 원산의 낙엽 지는 덩굴성 나무이다. 잎은 마주나고 7~8월 나뭇가지 끝에서 연한 주황색을 띤 트럼펫 모양의 양성화가 모여 달린다. 우리나라 능소화 꽃은 열매를 잘 맺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능소화 꽃처럼 보이지만 꽃색이 붉고 화통 폭이 좁은 꽃이 있다. 능소화와 더불어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하고 있는 미국능소화이다. 요즘은 다양한 원예종이 개발되어 다른 색을 가진 능소화과 식물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능소화(출처 : Southern Living)
능소화 꽃 (출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아름다운 여름 꽃인 능소화는 오래전 꽃가루가 꽃가루가 사람 눈에 들어가면 실명 위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괴랄(?)한 소문은 2015년 산림청 연구에 의해 사실이 아님으로 밝혀졌다. 능소화 꽃가루는 바람을 타는 풍매화가 아닌 나비와 벌과 같은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충매화이다. 꽃가루 표면은 돌기 형태가 아닌 매끈한 그물망 모양으로 바람에 날리기 어려운 조건이라 한다. 다만, 꿀에선 일부 독성이 검출되었다고 하니 식용은 하지 않는다.


 능소화로 유명해진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주리에 위치한 적산가옥이 있다. SNS로 널리 퍼진 아름다운 능소화 사진 덕분에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사람이 많이 모인 만큼 시기도 있었을까. 이 나무는 쥐도 새도 모르게 줄기가 베어졌다.

사진출처 : 경향신문 김현수 기자

 범인을 찾으려 많은 이들을 수소문을 했지만 범인은 찾지 못했다. 능소화 줄기가 잘려 죽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표출했고 경산시에서는 잘린 나무와 비슷한 수령의 능소화를 식재했다. 이식된 능소화는 부리를 잘 내려 아름다운 능소화 꽃을 피웠다.

오른쪽 잘린 능소화 줄기가 보인다. (출처: 경향신문 김현수 기자)


추신.

능소화 꽃은 여름 내내 피었다가 졌다가를 반복합니다. 병충해 피해도 적고 뿌리 활착도 잘 되는 편으로 관상수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다만, 추위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글쎄요. 강원도 일부 지방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능소화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따로 겨울나기를 준비해 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료출처

『한국의 나무』(김진석·김태영, 돌베개, 2018) ‘능소화’ p646

https://www.google.com/search?q=%EB%AF%B8%EA%B5%AD%EB%8A%A5%EC%86%8C%ED%99%94&sca_esv=a5295d27d6bcdf79&sca_upv=1&rlz=1CDGOYI_enKR974KR974&hl=ko&ei=HrGDZqvvKaC4vr0PseWfaA&oq=%EB%AF%B8%EA%B5%AD%EB%8A%A5%EC%86%8C%ED%99%94&gs_lp=EhNtb2JpbGUtZ3dzLXdpei1zZXJwIg_rr7jqta3riqXshoztmZQyBRAuGIAEMgQQABgeMgYQABgeGA8yBhAAGB4YDzIIEAAYgAQYogQyCBAAGIAEGKIEMggQABiABBiiBEikE1C2BVikEXAMeACQAQiYAboBoAGmEKoBBDEuMTO4AQPIAQD4AQGYAhKgAo8HqAISwgICECnCAgoQABgDGOoCGI8BwgIIEC4YgAQYsQPCAgsQABiABBixAxiDAcICCBAAGIAEGLEDwgIFEAAYgATCAgsQLhiABBixAxiDAcICChAuGIAEGEMYigXCAhEQLhiABBixAxjRAxiDARjHAZgDD5IHBDEzLjWgB_xe&sclient=mobile-gws-wiz-serp#imgrc=ORXMqaL9nFTKFM&imgdii=yroMq9jdZVB6nM&ip=1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3408


https://www.forest.go.kr/kfsweb/cop/bbs/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1036&mn=NKFS_04_02_01&nttId=3055922


https://m.khan.co.kr/local/Gyeongbuk/article/202307130700001/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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