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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현 May 21. 2024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직업의 중요성

오늘은 이전의 글들과는 달리 문체에 조금은 변화를 주고 싶군요.


커피 프렌즈 레이블의 화요일 에디터를 맡게 된 지 석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를 제외하곤 빠뜨린 없이 매주 화요일마다 바리스타로서 직업적 생각에 대한 글을 투고했는데요. 이미 느끼신 분들도 계실 테지만 매주 서로 다른 주제를 말하면서도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건 없었고 대부분 정신 수양에 대한 내용이었죠. 때는 미처 몰랐으나 바리스타란 직업에 대한 명료한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바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에게 중요한 기술적인 역량보다 정신적인 역량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커피에 대해 많이 안다거나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좋다거나 하는 것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것과 그 능력을 일하는 동안 지속하여 발휘하는 건 또 다른 능력이라고 봅니다. 커피에 대한 앎이 많아 지금 추출한 커피가 잘못된 것을 인지하여도 바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제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식은 부족하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안 순간 한 번 견디고 다시 제조하여 제공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점층적으로 쌓아감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향상한다고 믿습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긴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쩌면 더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기에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좋은 기분>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에게서 일을 빼놓고 삶을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기 일을 깊이 생각해 본 사람만이 튼튼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 직업이나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직업이란 가장 나답지 않은, 굉장히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역할놀이라고 봅니다. 저는 일할 때 꽤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생각하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제 모습은 아주 대충 물 흐르듯 지내곤 합니다. 집에 컵이 몇 개 있는지는 모르면서 일하는 곳에 몇 개의 컵이 있는지는 알고 있고, 가계부는 써본 적도 없으면서 일터의 매출은 누가 시킨 게 아님에도 혼자 정리하곤 했거든요. 출근하기 전에 오늘 업무를 계획한 뒤 빠뜨린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쉬는 날의 휴일 계획은 한 게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요즘엔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공부하고 있답니다.


커피 프렌즈 레이블에 들어온 뒤에 알게 된 분들을 보면, 모두 굉장히 열정적이고 저마다의 대단함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요.


하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서 알게 된 분 중엔 종종 일을 대체 왜 이런 식으로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일 수도 있고요.


프렌즈 중에 직장 동료로 만난다면 별로일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직장에서 별로였던 사람도 프렌즈로 만난 거라면 아주 멋진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아닐까요.


저의 <바리스타 에세이>는 잠시 쉬어가려고 합니다.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연재하였단 사실에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석 달 만에 소재가 고갈되었다는 제 밑천을 느끼게 됐습니다.


제가 메뉴 개발에 대한 경험이 많다거나, 직원 관리를 해본 경험이 있다거나, 지금보다 뛰어났다면 말할 수 있는 게 더 많았을 테지만 우선 지금의 저로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커피 추출을 담당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엔 유휴 상태가 존재합니다. 이때의 머신은 고장 난 것은 아니지만 장시간 사용하지 않아 일반적인 경우와는 약간은 다른 상태가 되곤 하지요.


화요일의 에디터를 제안하여 제 오랜 기간의 유휴 상태를 깨게 만든 커피 프렌즈 레이블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너무 오래 쉬지 않고 조만간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게 할 테니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들 조만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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