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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y Aug 01. 2023

유부초밥의 추억

특별했던 도시락

주말 점심에 가족과 함께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마트에서 할인 중이었던 유부초밥 키트를 사고 갓 지은 밥에 초밥 양념과 건더기를 섞는다.

모양을 잘 잡아 예쁘게 만드는 건 나보다 가족이 잘했다.


2인분을 만들었지만 초밥만으로는 살짝 양이 부족해 일본에서 사 온 우동 육수로 미역과 어묵이 들어간 우동도 만들었다. 한식을 자주 먹는 우리 식탁에서는 드문 일식 식사가 되었다.


세모난 유부초밥을 한 입 먹었을 때 어딘가에 묻혀 있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파는 유부초밥 키트는 세모난 모양의 유부초밥이 많은 것 같다.

이나 네모난 모양도 본 적은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세모가 많아 보인다.


일본 관서 지방 교토 남부의 마을에서 태어난 후 동북 지방 시골에서 살다가 6살부터 도쿄에 살았던 나는 네모난 유부초밥이 익숙했다.

일본은 서쪽에서는 세모난, 동쪽에서는 네모난 유부초밥을 주로 팔기 때문이다. 교토에서의 기억보다는 동북부나 도쿄에서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는 나에게는 네모난 유부초밥이 더 흔한 유부초밥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유부초밥 키트를 봤을 때 왜 세모일까 싶었지만 막상 집에서 만들어보니 세모난 유부초밥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집에 가는 길에 울고 있었거나 혹은 한 바탕 운 후에 집에 가고 있었다.

아마도 시험을 잘 보지 못했거나 길에서 크게 넘어졌거나 혹은 꼬인 인간관계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날은 외출 중이었던 엄마와 역에서 만나 함께 집을 향했다.


중간에 엄마가 자주 가는 마트에 들렀는데 거기서 교토에 있는 계란말이 전문점이 출장으로 임시 매장(팝업 스토어?)을 열어 계란말이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었다.


교토 출신인 엄마는 그 가게가 정말 유명하고 맛있는 곳이라며 나한테 하나 도시락을 사주겠다고 했다.

계란말이와 장어초밥, 계란말이와 고등어초밥 등의 조합으로 구성된 도시락이 있었지만 장어도 고등어도 싫어했던 나는 유부초밥+계란말이 세트를 골랐다.

당시 가격으로 500~600엔 정도 했을까. 작아서 가성비가 좋지는 않았지만 점심에 먹기에는 적합했던 것 같다.



내가 먹었던 大徳寺さいき家(다이토쿠지 사이키야)의 유부초밥 세트(사진 출처: 다이토쿠지 사이키야 공식사이트)

그 도시락에 들어있던 유부초밥이 세모였다.


집에 가서 도시락을 먹는데 작고 통통한 유부초밥은 정말 맛있었고 전문점답게 계란말이도 계란을 몇 개 써야 이 맛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도톰하고 고소했다. 잘 먹는 나를 보고 추천해 준 엄마도 뿌듯해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울고 있었던 사실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먹지 않았던 신선한 맛과 구성이 나에게는 좋은 기분 전환이 되었다.


그 후로 엄마는 그 가게가 출장을 올 때마다 유부초밥 세트를 사줬고 나에게는 도쿄에서 먹는 특별한 교토 음식이 되었다.




장소는 변했고 그런 전문점의 유부초밥과는 맛도 다르지만 한국에서 만들어 먹는 세모난 유부초밥을 먹은 느낌은 그 당시 느낌과 겹치는 무언가가 있다.


가족이 예쁘게 만들어줘서 그럴까. 아니면 오랜만에 먹는 일식이라 그럴까.

아니면 나에게 자신이 아는 고향의 맛을 소개해주려는 엄마의 마음과 가족의 마음이 비슷한 것 같아서 그럴까.




옆에서 가족이 맛있게 우동을 먹고 있었다.

내가 육수를 우려낸 것도 면을 직접 뽑은 것도 아니지만 내가 일본에서 자주 먹었던 우동을 가족이 먹는다. 이것 또한 언젠가 가족의 작은 추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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