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게 자, 전, 거, 야.
자전거 육아
큰꿀이, 작꿀이, 아기 자전거는 전부 중고가게에서 구입했다.
중고가게에 가보면 새것 같은 아기용 자전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워낙 타는 기간이 짧아서 얼마 못 타서 일 수도 있다.
둘째는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부모 욕심에 이것저것 종류별로 사다 준 자전거들이 나오는 경우다.
셋째는 사다 줬지만 결국 쓰이지 못해서인 경우다.
여하튼 그래서 나는 어렵지 않게 횡재를 줍는다.
아이들이 돌이 지나면 걷기 시작하고 2-3살 무렵이 되면 바퀴 달린 것에 흥미를 가진다. 그래서 아기 자동차, 아기 수레 이런 것을 밀고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자전거. 이건 영 다른 물건이다.
다른 건 선 채로 손만 쓱 갖다대도 움직이는데 자전거는 페달을 굴려야 한다.
자전거를 빨리 배우는 아기들은 보통 형제가 있다. 한두 살 많은 형제에게 속도를 선물하는 이 신기한 물건이 서있으면 가까이 다가가서 페달을 손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기어 올라가려고 애를 써 보기도 한다. 뒤에서 밀어서 가보나 싶지만 핸들이 지맘대로 꺾이는 바람에 당최 맘같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소리를 한다.
" 이건 엉아 자, 전, 거, 야. 넌 어려서 못 타."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타고 싶어지는 물건이 된다. 바로 자. 전. 거.
'너 자전거란 녀석 내가 타고 말 테다.
자전거에 별 관심도 없는 아이를 부모가 번쩍 들어 턱 하니 안장 위에 앉혀주면 아이는 버둥버둥 대며 내려달라고 애걸한다.
단지 발이 땅에서 살짝 들려있을 뿐인데, 떨어지면 죽는 것도 아닌데 두 팔을 벌리고 내려달라며 목청껏 운다.
그리고 자전거는 세상 상대 못할 것이 된다. 올라가면 발도 땅에 안 닿고 무섭고 두려운 녀석.
어떻게 자전거 맛을 보여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