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건너뛰면 안 되는 계단이 단계구나.
자전거 육아
작꿀이가 세발자전거를 뗄 무렵이었다.
작꿀이보다 세 살, 한 살 많은 자매를 키우는 이웃이 자기 애들이 타던 자전거 두 개를 나한테 기부하시겠다고 한다.
미니마우스가 활짝 웃고 있고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와 주황색의 밸런스 바이크.
하지만 나는 미니멀리즘은 추구하는 사람 아니던가.
분홍색에 홀딱 빠진 작꿀이의 선택 따라 하나면 충분하다고 단칼에 딱 잘랐다.
그런데 이웃집 엄마가
" 너 이거 안 하면 진짜 후회할걸? "
한다.
'훗. 웃기시네. 나 12년 차 선배 엄마야. 나도 다 키워봤다. 그렇게 도구에 목메는 사람 아니거든.'
그런데 그 엄마가 하도 고집을 부리길래 기분 상할까 싶어 집에 가서 몰래 처분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못 이기는 척 가져왔다.
그렇지 않아도 좁아터진 차고에 비슷한 크기의 자전거가 두 대나 들어서니 차 댈 때마다 거슬려서 눈엣 가시였다. 우리 집 차고에서 한 동안 구박덩이가 됐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둘째가 핑크색 예쁜 자전거보다 주황색 멋진 자전거를 집어 타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어기적 어기적 하는 속도로 자전거를 타는 건지 자전거를 다리 사이에 넣고 끌고 다니는 건지 모르게 타더니만 어느 순간 다리가 붕 뜨는 시간이 길어진다. 점점 속도가 붙어 쌩쌩 달린다. 내가 있는 힘껏 달려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까지 속력을 낸다.
반인반거.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아이의 현란한 핸들링.
그렇게 한참 밸런스 바이크와의 합체를 즐기던 아이가 어느 날 분홍 바이크의 보조 바퀴를 떼 달란다.
그리고 하루 만에 페달을 구르며 두 발 자전거를 탄다.
쌩하고 달려 나가는 작꿀이의 미니마우스를 보며 큰꿀이가 두 발자전거를 배우던 때가 생각이 난다.
발을 쉬지 말고 구르라고 소리치던 그때
발을 굴러도 소용이 없다고 되받아 치던 그때
누굴 닮아 운동신경이 그렇게 없다고 유전자를 탓하던 그때
페달 다음은 균형이었는데.
내가 단계를 몰랐었던 거였구나.
계단이 단계로 이루어진 이유는 건너뛰지 말라는 거였는데.
아이들이 단계를 밟을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면 이렇게 쉬운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