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꿀이가 어렸을 때 타던 세발자전거는 아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돈을 더 주면 유행하는 자전거를 살 수도 있었겠지만 유행하는 자전거를 찾기엔 게으른 나는 굳이? 라며 별생각 없이 고른 평범한 자전거에 만족했다.
처음에 페달을 못 구르는 큰꿀이는 땅을 밀어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내가 허리를 굽혀서 밀어주곤 했다.
그래서 세발 자전거로는 멀리 산책을 다니진 못했다.
평범한 자전거를 탄 큰꿀이가 혼자 두발 자전거를 타고 작꿀이가 태어나기 훨씬 전쯤 산책을 하다 빨간 세발자전거 뒤에 달린 긴 막대기를 밀며 우아하게 산책을 하는 동네 엄마와 맞닥뜨렸다.
우와 저런 게 있다고? 아 우리 큰꿀이 어렸을 때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지만 초등학생인 큰꿀이를 다시 작게 할 수야 있나.
신은 정령 내 편인가.
12년 후 작꿀이가 태어난 덕에 나도 밀고 다닐 수 있는 세발자전거를 살 기회가 왔다.
작꿀이 자전거를 사러 중고가게에 갔더니 내가 꿈에 그리던 그 자전거에 있는 게 아닌가.
꿈은 이루어 지는구나.
손잡이뿐인가 허리에 매는 안전띠도 있고 심지어 햇빛을 가려주는 차양까지 달렸다.
심봤다.
콧노래를 부르며 사서 집에 오자마자 작꿀이를 앉혀서 열심히 밀고 다녔다.
동네 구석구석 아침저녁 빠진 곳 없이 자전거를 뽐내며 다녔다.
그런데 희한하다.
아무리 밀고 다녀도 작꿀이는 페달을 구를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밀어 휭휭 돌아가는 페달 속도가 거슬리는지 다리는 양 옆으로 덜렁덜렁 늘어져서 바닥에 끌고 다닌 탓에 신발 밑창이 깎일 정도였다.
꼭두각시 마냥 뒤에 달린 막대기로 엄마가 방향까지 조절해 주며 밀어주니 핸들을 돌릴 필요도 없고 페들을 힘들게 구를 필요도 없다. 내 꿈의 세발자전거가 작꿀이에겐 그냥 의자에 불과했다.
아차.
결국 내가 밀수 있는 손잡이도 떼고, 앉는데 거추장스러운 차양도 뗐다.
그저 그런 평범한 세발자전거가 됐다.
처음에 작꿀이는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의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찡얼거렸다.
멀쩡한 두 다리를 페달 위에 얹고는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간신히 페달을 밟게 됐지만 내가 밀어주는 속도보다 훨씬 느린 속도도 성에 안 차했다.
핸들도 갑자기 홱 돌려서 넘어지기도 하고, 풀밭에 짱 박히기도 했다.
수많은 찡얼거림과 욱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결과 드디어 혼자 탈 수 있게 됐다.
이제 달린다.
내가 조금만 빨리 걸어도 따라 잡히는 속도지만 귓가의 머리카락이 팔랑이는 그 속도가 작꿀이에게는 아우토반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발을 열심히 구를수록 빨라지는 속도.
구르지 않으면 멈추는 속도.
그래서 더 열심히 구르게 되는 페달.
속도가 주는 바람이 그렇게 달콤한 모양이다.
그게 바로 성취감이란 걸 아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