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편을 들어보겠습니다.
읽으면 깨닫고 깨달으면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책 따로, 몰입 따로가 아니다. 따로따로 할 시간이 어디있나.
책을 읽다 보니 몰입도 연습하게 된다는 배보다 더 큰 배꼽이랄까.
절에서 명상을 하려고 하면 1분도 채우기 전에 잡생각이 들고 엉덩이가 들썩 거려서 죽대 마사지를 당해야 한다. 비우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책은 머리를 억지로 비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비우는 대신 관심을 한 곳으로 모으면 된다. 경마에서 말의 눈을 가리는 효과다.
퇴근하고 회사일로 머리가 복잡한 아버지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건 재미도 있지만 머리를 비우는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신계 야구 스타들을 모아 놓은 경기, 신랄한 정치 담화를 듣고 있으면 회사에 산더미 같이 쌓인 서류, 월급 올려달라는 신입사원, 기한이 다가오는 기획서들을 잊을 수 있다. 비우는 것은 어려워도 대신 채우는 것은 쉽다. 일종의 몰입이 일어난 셈이다. 생산적인 몰입은 아니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않나.
텔레비전 쇼나 영상들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재밌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몰입을 했지만 어떻게 몰입을 하는지 여전히 모른다. 내가 한 몰입이 아니다.
영상 제작자가 만들어 준 몰입이다.
책은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몰입하려고 노력해야지만 몰입이 일어난다. 작가가 만들어 줬지만 책은 내가 참여해야 하는 부분을 많이 남겨뒀다. 그래서 힘들고 눈을 떼면 안 된다.
처음엔 시끄럽다며 유세를 떨 수도 있고, 같은 페이지만 뚫어져라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책에 있는 내용은 하나도 기억 못 할 수도 있고, 어제 읽은 데를 다시 읽는 줄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읽으면 어느 순간 몰입이 되는 순간이 온다.
점차 몰입이 잘 되는 책, 시간, 장소, 자세를 알게 된다.
그렇게 몰입하는 법을 배우면 다른 것에도 몰입할 수 있다.
그럴 리는 드물겠지만 책 읽을 때만 몰입하게 된다고 한들 책은 읽었으니 손해는 아니다.
이렇게까지 몰입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치매 예방이라는 다소 우울한 이유 말고도 칙센트 미하이 작가가 몰입의 즐거움에서 말했듯 몰입이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정신활동이기 때문이다. 몰입을 경험할 때 인간은 피로가 풀리고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을 받는다. 몰입의 황농문 작가는 연습을 통해 얻은 몰입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효과도 준다고 했다.
아침 운동이 가기 싫지만 갔다 오면 상쾌한 기분. 날로 건강해지는 원리와 같다.
책만큼 온 머리 근육을 구석구석 운동시켜 주는 PT선생님이 없다. 선생님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아직 책을 읽으며 몰입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상태라면 습관만이 살길이다.
매일 하는 운동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운동보다 건강에 좋다.
몸에 좋은 것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더 동하는 경우를 위해 굳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최강 야구를 보는 것 = 재미+ 수동적 몰입+ 개인 성장 (휴식, 재미 )
책을 읽는 것 =재미+ 능동적 몰입 + 몰입 연습 + 개인 성장 ( 휴식, 재미, 지식, 정보, 어휘력, 문해력, 아이디어, 이해력......)
시간 대비 책을 읽으며 몰입을 연습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그렇게 좋은 걸, 하다보면 재미도 있는 걸, 남의 스케줄에 맞춰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야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누가 그런다.
야구의 재미를 책에 비할바냐고. 피장파장이다. 나도 야구가 재미없다. 원래 모르면 재미가 없게 마련이다.
한 술 더 떠 야구만 보는 게 아니라 전술을 배우는 거란다.
영원히 못 볼 줄 알았던 야구 전설들을 모아서 하는 경기라니 이해는 된다.
일주일을 전화기만 보며 기다리지 말고, 진정 전술이 배우고 싶으면 손자병법을 읽는 것은 어떠한지......
김성근 감독님이 책도 내셨다는데 그건 어떨는지......
책이 재미가 없어 몰입을 할 수 없었던 건 아직 임자를 못 만났기 때문일 뿐이니 포기하지 않길.
황농문, 몰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