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o습o관 Aug 08. 2024

15. 꿈 블록

꿈꾸는 습관

꿈이 뭔지 모르는 이가 루틴과 일 블록의 당당한 기세에 굴하지 않고 불확실한 꿈을 담을 블록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면 꿈을 여정에 반은 성공한 것이다.

지금은 꿈을 위한 단독 블록을 만들 여력이 없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에겐 자투리 시간이 있으니까.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기록해 준다. 이제 자리를 만들었으니  블록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에게 백지를 주고 글을 쓰라고 한다거나 텅 빈 시간을 주고 마음껏 놀라고 하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데 왜 못할까?  


아무거가 어려운 이유 

첫째는 말만 아무거나지 이미 답이 정해진 경우나 너무 높은 기대치에 호되게 당한 경우다.

아무거라고 해서 아무거나 했더니 그게 나이에 맞는 거냐, 생각이 있는 거냐, 상황에 맞는 거냐, 쓸데없는 일 하지 마라고 불호령, 평가, 핀잔이 돌아오면 아무거나를 믿지 못한다. 이제 우리에겐 꿈 블록이 있다.  마음껏 아무거를 해도 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우라면 꿈이 없는 게 아니라 꿈을 정하지 못한 거다. 오래도록 하고 싶은 게 있지만 꿈이라 부르지 않는 건 실패할까 봐 겁이 나서 일 수도 있다. 꿈을 선택한다는 건 해보는 거다.  직접 해봐야 한다. 

성공을 꿈과 분리시키고 선택한다. 시식 코너처럼 이것저것 해보고 선택해도 된다. 기한을 정해놓고 선택해도 된다. 예를 들면 3년간 해보고 안 되면 그만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실패할까 봐 겁이 난다면 작은 것부터 해보면 된다. 책을 내는 게 겁이 나면 브런치에 글을 써 본다.


세 번째, 아무거라는 선택지를 채울 선택사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다.

선택지를 어떻게 만들까?



어느 심리학자가 자기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것만큼 우울한 일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는 웃음이 터졌다.

꿈을 찾겠다고 내가 진정 추구하는 가치는 뭔가?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 건 고문에 가깝다.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은 먹히지도 않는다. 

표면적이더라도 뭘 하고 싶은지를 묻는 게 쉽다.

어린 아이고, 중고등학생이고, 어른이고 아무것도 계획이 서지 않은 2시간이 눈앞에 주어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막막하기 짝이 없다. 

꿈 앞에서 막막한 기분이 드는 이유다.  

꿈을 포함한 발견과 창조에는 관찰과 자료조사가 필요하다. 꿈도, 글 쓰는 일도 우리 주변을 관찰하면 거리가 많다. 영감을 받기 위한 자료 조사를 하는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면 배우면 된다.

우리는 그 막막함을 채우기 위해 알고리즘이 바치는 영상이나 쇼핑, SNS, 게임 같은 마취약을 먹었지만 이제 루틴 블록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손쉬운 선택지는 경험, 배움, 책 세 가지다.


첫째는 경험한다.

경험할 수 있다면 좋다.

시간과 돈의 제약이 있다. 큰 투자다. 꿈이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면 선뜻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경험할 의지가 있다면 전진이다.



두 번째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배우기다. 무료 온라인 클래스를 비롯해서 유튜브 영상까지 배울 것은 차고 넘친다. 청소하는 법, 정리하는 법까지 가르쳐 주는 친절한 선생님들이 많다.

뭘 배울지 몰라도 언젠가 쓰일 수도 있으니 뭐든 배우는 게 안 배우는 거보다는 낫다.

시작은 무작정이어도 좋으니 관심이 조금이라도 가는 것을 배운다.

배우면서 왜 배우는지를 생각해 본다. 배우는 이유를 알면 효율이 배가 된다.

예를 들면 앞서 제시한 노션, 구글 시트, 엑셀 같은 도구를 쓰면 편하다. 노션, 구글 시트, 엑셀을 모두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진짜 배우고 싶은 도구가 아니라 시간 관리다.



세 번째는 읽는다.

꿈 블록이 한밤중이라면 친구를 불러 나가 놀 수도 없고 경험을 하러 나갈 수 없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경험과 강의 또는 배우기는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때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대안이 바로 책 읽기다.  

결국 책 읽기냐는 아이들의 실망 가득한 눈빛에 나는 너무도 익숙하다.

그렇지만 난 아이들의 반응에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 만만한 웃음이 실실 난다. 책의 위력을 알게 된 순간의 아이들 표정을 상상하면 말이다.

책 많이 읽으라는 명사들, 성공한 사람들의 충고는 식상할 정도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반문한다.

"어떻게 만들어낸 시간인데 책이나 읽고 있으라고요?"

"차라리 기출문제를 푸는 게 낫지 않을까요? "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소극적이어서 죄책감마저 든다고 했다.



책은 답이 훤하게 쓰인 정답지다. 질문에 맞는 정답지를 찾기만 하면 된다. 재미가 아니라 목적이 있는 책 읽기를 한다. 아예 대놓고 인생의 목표란, 진정한 가치란, 행복이란, 인간이란 이라고 시작하며 화살표까지 붙여서 대놓고 예시 정답을 써 놓은 책들도 많다.

아이에게 꿈 블록에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하라고 했더니 눈치를 보며 재미난 로맨스 소설만 읽고 싶다고 한다. 책의 내용이 전혀 유익하지 않은데도 꿈 블록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묻는다. 시간 낭비일까? 아니다. 무엇을 배울지가 관건이다. 책을 읽으며 영어를 배울 수도, 문장력을 배울 수도 있다. 작가가 뻔한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팔리는 이야기로 썼는지 배울 수도 있다. 방법을 배웠으면 어떻게 써먹을지도 궁리해 본다. 책 소개를 할 수도 있고 소설을 써 볼 수도 있다. 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 쓸지 유명한 통속소설 작가책을 찾아 읽을 수도 있고, 글쓰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책은 소극적이지 않다. 책을 읽는 자세가 소극적일 뿐이지. 



이제 꿈 블록은 하고 싶은 일로 미어터지는 상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경험, 학습, 독서를 무작정 해도 꿈이 여전히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안 가본 곳이 없을 만큼 경험이 많고, 안 들어본 강의가 없고, 유명하다는 책을 모조리 읽었어도 보이지 않는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버니스 맥카시 여사가 만들어 낸 4 MAT이란 전략을 소개한다.

4 MAT이란 1979년 맥카시 여사가 다양한 학습자를 4군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효과적인 학습 모델을 정리한 이론인데 한국에서도 폴앤마크의 최재웅 대표 외 다수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https://aboutlearning.com/about-us/4mat-overview/

4 MAT을 이용해 꿈 찾기에 쓰일 질문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Q1. 나는 00을 왜 배우고 싶을까? 목적이 뭘까?  (동기)

Q2.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배워야 할까?  (자료조사)

Q3. 내가 배운 걸 어디에 쓸까? 방법이 뭘까? (행동계획)

Q4. 내가 해본 것과 다르게 해 본다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성찰)

매일 꿈 블록 시간을 보낸 후 위의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일기에 기록한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아이들에게 묻는다.

꿈이 뭐야? 뭐 하고 싶어? (Q1. 나는 00을 왜 배우고 싶을까?)

모르겠다고 대답한다면 아무거나를 모르는 이유 중 세 가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본다.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서 쭈뼛거리며 내 눈치를 보기에 간신히 설득하니 그제야 강아지가 좋다고 한다.

그럼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냐고 하니 어깨를 으쓱한다.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동물과 관련된 직업이 뭐가 있는지 몰라서 올라가는 어깻짓이라면 동물을 접할 기회를 찾거나 아니면 조사를 해야 한다. 

동물과 관련된 일을 조사해 볼까? (Q2.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조사는 교실에서도, 방에서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조사 방법은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도 있고 편애하는 책도 있다. 

조사 후 애견 훈련사에 마음이 간다면  

유명한 개 훈련사 영상을 볼 수도 있다.

다음 행동 계획을 세운다.  (Q3. 내가 배운 걸 어디에 쓸까?)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옆 집 개 산책을 시킬 수도 있다.

훈련법에 관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훈련법에 관한 책을 보니 어떻게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 싶어  외국의 훈련소에서 일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영어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Q4. 내가 해본 것과 다르게 해 본다면?)

좋아하는 강아지에 대한 궁금증, 훈련법에 대한 호기심을 굳이 미래로, 대학 후로 밀어둘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고 싶던 걸 못하고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꿈 꾸는 인생은 오늘도 즐겁도 내일도 준비하는 인생이다.

꿈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원하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현재에도 꿈을 꾸며 산다.

꿈 블록에 탐구할 현재 가능한 것, 단기 계획, 장기 계획으로 나누어 다양한 길을 둘러본다.



처음엔 오늘 꿈 블록을 채울 일을 생각하기도 막막했는데 이제 내일 할 일도 생각이 난다.

내일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한 달이 일 년이 되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꿈꾸기는 시작되었다.








이전 05화 14. 가족 블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