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블록이 없는 사람은 없다.
직장인도 , 프리랜서도, 애 키우는 전업 주부도, 실업자도, 학생도 일블록이 있다.
먹고사는데 도움 되는 것만 일이 아니다.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는 일들이 일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 블록에서는 중요한데 미루는 일,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아서 시작 안 하고 미루게 되는 일, 어려운 일, 몰입이 필요한 모든 일이 일이다.
블록을 세우는 이유는 일 블록이 되면 해야 할 일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그 블록이 아니라면 게으름을 피우고 미뤄도 되지만 정해 놓은 블록이 되면 해야 한다. 그 일이 가장 우선순위다. 시작이 어렵지 막상 하기 시작하면 어렵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설사 너무 어려운 일이라 해도 블록 시간에만 바짝 하면 된다.
이 블록에는 집중을 위한 행동 전략이 필요하다. 전화나 문자도 확인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에 간다. 직장인의 경우 쉽지 않겠지만 빈 회의실을 사용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나 학생, 주부들은 집에서 집중이 안 된다면 도서관이 스터디 카페처럼 특정 장소를 찾을 수도 있다. 어디 갈 수 없다면 같은 공간에서 특정 장소를 지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전 젊은 선생님은 수업이 없을 때마다 교무실에서 일을 할 때는 헤드셋을 썼다. 교무실은 여러 선생님들이 칸막이를 놓고 근무하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일이 많다. 그 선생님은 헤드셋을 쓰고 있기 때문에 모두들 꼭 해야 할 이야기만 있을 때 부르게 된다. 게다가 귀에 콩나물이 아니라 남들 눈에 잘 보이게 헤드셋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마치 호텔 방문에 "방해하지 마세요" 표지판 같은 효과가 있다. 회사 분위기 상 불가능할 수도 있고, 사회생활을 생각한다면 하루 종일 귀를 막고 있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몰입할 환경을 구축하는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이유로 아이들이 몰입하겠다고 방에 들어가면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불러서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아이가 집중을 못한다고 엄마 옆에 앉혀 놓고 공부를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공부 시간 내내 온 집안이 절간 같이 조용한 게 아니라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이하나 공부한다고 온 집안이 절간 같아야 할까? 너무 사랑해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봐도 옆에서 붙어서 보고 있으면 집중이 안 된다. 그런데 호랑이 같은 눈으로? 게다가 감시하는 엄마는 옆에서 전화기 하고, 집안 일 한다며 계속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도 아이는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동생이 나와서 엄마한테 말 시키고 아빠는 왔다 갔다 하면서 간식 드시고 텔레시전 보고 하는데 노력 아니라 노력 할아버지가 와도 집중이 될 리가 없다. 공부할 범위를 정하고 조용한 자기 방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끝냈는지만 확인하는 식으로 연습해야 한다. 짧게는 30분 안에 수학 문제 1페이지 풀기부터해서 시간을 점점 늘려 블록 하나 동안 계획한 일을 마칠 수 있도록 단계별 도움을 줘야 한다.
회사에서 재고 관리가 자신의 주 업무가 아니라면 소소한 사무용품을 주문한다던가 문서를 복사하는 업무는 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일은 루틴 블록에 들어가거나 남는 시간에 끼워서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직장인은 근무시간 중에서 일과 루틴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면 가능한 시간이 아이들 낮잠 시간이다.
사장님께 제출해야 하는 기획서 작성, 마케팅 회의를 위한 시장 조사, 고객 상담, 자료 조사, 실험 분석, 논문 쓰기, 교사의 수업 계획시간 등은 몰입이 필수이므로 일 블록에 들어간다.
학생들의 경우 수업, 시험공부, 학원, 과제 등을 일 블록에 들어갈 수 있다.
주부들은 육아, 취미생활, 자기 계발, 공부, 장보기,냉장고 대청소등이 들어갈 수 있다.
일 블록에 넣을 일이 명확하게 정해졌다면 이제 이름을 바꿔도 된다.
언뜻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놀이는 일 블록에 꼭 들어가야 하는 과제다.
앞서 보여준 방학계획표에서 초등학생이 대문짝만 하게 놀이를 넣어놓은 것은 실수가 아니다. 놀이에는 몰입이 필요하다. 유명한 학자들, 지식인 중엔 어렸을 때 지독하게 말썽꾸러기였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독하게 놀아본 아이들이 커서 공부도 지독하게 한다. 뇌는 몰입의 메커니즘을 기억한다.
사회적 위치, 나이에 따라 놀이를 대신할 다른 책임이 생기거나 놀이의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한 때는 놀이였던 일이다. 여러분의 일도 놀이처럼 재미있고 짜릿한가?
놀이처럼 재밌고 짜릿하게 만드는 일을 찾는 게 꿈이고 우리가 바라는 바다.
꿈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이미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몰입이 잘 되는 일을 눈여겨보고 집중해야 한다. 꿈의 실마리는 가까이에 있고 그게 당첨 확률도 높다. 일 블록이야 말로 꿈을 위한 본격적인 훈련 시간이다. 일 블록에서 얻은 직접적인 지식, 경험, 기술들은 꿈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일이 쉽다고 하진 않았다. 잘 노는 일도 쉽지 않다.
얼마나 힘든지 아이들도 잘 놀고 나면 코를 드르렁 골며 낮잠에 곯아떨어진다.
2시간 간격처럼 일 블록이 두 개 붙어 있거나 한 블록 안에 2개의 일을 한다면 쉬지 않고 몰아붙이며 욕심내고 싶을 수도 있다. 일이 긴박하고 중해서, 또는 너무 재밌어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블록 사이를 지키는 게 좋다. 잠시라도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아예 성격이 다른 블록으로 바꿀 수도 있다. 오버해서 하루하고 마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되는 정도를 지속하는 게 좋다.
집중력이 약한 편이라면 2시간짜리 블록 사용 시 블록 간 대비를 주는 게 좋다. 싫어하는 수학과 좋아하는 책 읽기 블록을 붙여서, 영어 블록과 놀이 블록을 붙여서 계획표를 짠다. 일에 대한 몰입도를 강약으로 구분으로 강약이 적절하게 섞이도록 계획표를 짠다.
몰입 외의 일 블록에서 하는 일의 또 다른 특징은 맥락과 기한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도 일이지만 경력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일에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맥락을 위해서는 일 블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들을 기록해야 맥락이 생기고 성과와 성장이 생긴다.
프리랜서나 주부처럼 시간을 스스로 채워야 하는 사람들일수록 맥락과 기한이 더 중요하다. 채근하는 사람도, 노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과정이나 성장을 기록하지 않으면 경력이 없어지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단기적 성과가 보이는 일에만 매달린다거나 장기적이거나 피드백이 없는 일에는 소흘해질 수도 있다.
학생은 학기 중엔 시간표대로 생활하므로 방과 후와 방학이 학생들이 블록 시간표를 세워 시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시 시간표처럼 하루 중 온전히 나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은 잘해야 블록 한 두 개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하나를 사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방과 후나 방학을 학원으로 꽉 채우면 남들과 다른 나를 단련하고 탐구할 기회를 잃는다. 우리나라에서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나지 않은 것은 차고가 없어서라기보다 그들처럼 컴퓨터를 붙잡고 미친 듯 씨름할 시간이 없어서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자유 시간 내내 게임만 한다거나 낮잠만 늘어지게 자는 꼴을 보며 견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우리에겐 루틴 블록이 있다. 하면 안 되는데 자꾸만 하게 되는 게임은 루틴 블록에 넣어 묶고 여러 개의 일 블록 중 하나만이라도 아이에게 공부하는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놀이 시간도 돌려주어야 한다. 놀이를 생각해 내는 것만큼 효과적인 창의력 학원도 없다. 놀이에 몰입할 기회를 뺏긴 아이들은 비싼 수학학원에서 놀 기회를 찾는 방법으로 이도 저도 아닌 부실한 일 블록을 만들어 낸다. 부실 블록은 대참사를 일으킨다.
꿈이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모든 일 블록과 자투리 시간들이 점차 한 가지 주제로 통일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The One Thing이라는 책을 쓴 게리 켈리는 인생의 목표를 하나로 모아야 성공한다고 했나 보다.
드디어 꿈 차례인가 싶을 수 있다.
꿈을 찾아 보자더니 실컷 다른 이야기만 늘어놓는 내가 꼭 무술 사부 짝이다.
하지만 하나 잊은 게 있다.
절대 잊으면 안 되는데 자꾸 잊는 것.
꿈을 찾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