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 관. 27 걷기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걷는 모습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아기들은 뒤뚱뒤뚱 걷습니다.

자기 몸뚱이 하나 건사가 안 되니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게 가 안 됩니다.

한발 떼고 다른 발 떼는 사이마다 주저주저합니다.

매걸음마다 온 힘을 다합니다.

걸음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한 발만 떼도 큰 박수를 받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제 그런 걷기를 지났습니다.

이제 걷기쯤은 식은 죽 먹기가 된 아이들은 걸어 다니는 법이 없습니다.

매사 뛰어다닙니다.

와 다다 다하기도 하고 우당탕탕 하기도 합니다.

층계도 한 번도 수십 칸씩 건너뛰고

복도에서 그러다 다친다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죽어라 뜁니다.

아직은 유치하기만 한 빨리 걷는 경쟁도 즐겁습니다.



십 대 아이들 걷기는 또 한 번 변합니다.

집 채 만한 책가방으로 누르고 다니는 아이들 걸음은 건들건들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책가방이 없으면 여지없이 건들건들입니다.

뛰자니 유치하고 그렇다고 그냥 걷자니 재미가 없습니다.

보폭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렇다고 자기 보폭도 아닙니다.

친구 보며 거꾸로 걷는 녀석도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녀석은 녀석대로

공부를 잘하는 녀석은 녀석대로

노래를 잘하는 녀석은 녀석대로

운동을 잘하는 녀석은 녀석대로

제 멋에 한 껏 취해 건들건들 걷습니다.



건들 건들의 원천은 자신감입니다.

학교 축제에서 꽃을 떼다 팔고 50만 원을 벌었다며 공부는 때려치우고 장사를 하겠다던 녀석이 생각납니다.

장사의 신이 되었을까요?

건들건들 걷는다고 굳이 혼낼 필요가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 실패가 얹어지고, 책임이라는 무게가 얹어지면 더 이상 건들거릴 수 없을 테니까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건들건들 걷지 않습니다.

이제 뚜벅뚜벅 걷습니다.

넘쳐흐르던 자신감과 꿈은 건들거리는 사이 하나둘 떨어지고

이제 그냥 걷습니다. 걸어야 하니까요. 걷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뚜벅뚜벅. 뚜벅뚜벅


뚜벅이 세월은 생각보다 깁니다.

길면서도 또 짧습니다.

바로 앞의 한 발을 보고 걸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생각보다 길고도 짧고 짧고도 길었던 세월의 무게로 이젠

터덜터덜 걷기도 하고

비틀비틀 걷기도 하고

절룩절룩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어느덧 갈 곳이 없어

두리번두리번 걷게 되고

발밤발밤 걷게 되고

언젠간 더 이상 걸을 수 없겠지요.


산책을 나가니

통통거리며 걷는 작꿀이

건들거리며 걷는 큰꿀이

그리고 뚜벅뚜벅 걷고 있는 문어의 뒷모습이 보이네요.

제대로만 걸을 수 있어도 참 좋겠구나,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걸어야겠구나 싶습니다.



여러분의 책.습.관.은 어땠어요?

습관삼아 돌아올게요.

여러분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27-e2g34do


https://youtu.be/pJFW7pjKA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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