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 18 이관왕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작꿀이가 주스를 먹고 그 자리에 놓기에

갖다 버려야지 합니다.

교육. 육아 전문가들이 말하는 단호하지만 친절한 목소리로 짧고 간결하게.

그러자 작꿀이가 나 정도면 민주적인 엄마라고 믿고 사는 자부심에 금 가는 소리를 하네요.

엄마는 맨날 다 엄마 마음대로만 해.

그래서 물었습니다.

뭐가 엄마 마음대로야?

작꿀이 말인 즉,

자기는 엄마 일이면 무조건 다 도와줄 건데, 엄마도 자기 일을 대신 다 해주면 안 되냐고 합니다.

이 말빨.... 이 애를 내 뱃속으로 낳았나 싶습니다.

주스통을 버리는 건 못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쟎아.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싫다고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해서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간신히 방어했습니다.

작꿀이는 저한테 한방 먹고 분했는지 샐쭉해서 방으로 갑니다.


교육에서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익히 들어서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 일관성이 막상 현장에 닥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느낌이 드는 게 문제입니다. 일관성을 따르면 정도 없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고, 인간적으로 사정 다 봐주면 일관성이 없어집니다.

방으로 따라 들어가서 기분을 풀어준다고 아이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대신 치워줄게 그런 말로 풀어줄까도 싶지만 일관성을 핑계 삼아 기다렸습니다.

얼마 후 쓱 나오더니 아양을 떠네요. 일단 후퇴인가 봅니다.


빨래를 갭니다.

근데 빨래 하나가 손 끝이 달랑 말랑 한 곳에 뚝 떨어져 있습니다.

바로 그 옆에 작꿀이가 서 있네요.

그래서 작꿀이에게 묻습니다.

작꿀아, 저것 좀 가져다 줘.

그러자 작꿀이가 묻습니다.

엄마가 못해?

그렇지. 그냥 후퇴일리가 없지.

할 수 있지만 작꿀이가 바로 옆에 있으니 해주면 고맙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엉덩이 들기 싫어서 도움을 요청한 척 시켜 먹었습니다.

일관성에서 1점 까였습니다.


차고 앞이 어제 내린 눈으로 덮여있습니다.

엄마 눈 치울 건데 도와줄래?

힘들지만 도와줄게 합니다.

아까 삐진 뒤끝이겠죠.

같이 한 거지 최소한 귀찮고 하기 싫어 대신 시킨 것은 아니니 일관성 점수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눈 치운다고 나온 건데

이글루 만든다고 애꿎은 반찬통만 여러 개 깨 먹으면서

내가 있으니 좋지? 내가 엄청 많이 도와주지?

이 정도면 쇠뇌 아닌가 싶습니다.

고마워. 너무 고마워. 진짜 도움 돼.


바깥에 나갔다오니

엄마 도와줘서 힘든다는 티를 내며 외투를 훌렁 벗어 바닥에 던져 놓고 갑니다.

제 외투를 걸며 아이 외투도 같이 걸면 되지만 작꿀이를 또 부릅니다.

이번엔 맹세코 귀찮아서가 아니라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꿀아, 외투 걸어야지.

작꿀이 입이 대번에 튀어나옵니다.

엄마 도와준다고 추운데 나가서 고사리 손으로 눈도 치웠는데 외투 좀 같이 안 걸어준다고?

말은 안 했는데 저는 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한 건 무얼까 생각해 봅니다.

일관성에 덤 ( 위기 대처 능력? 적응력? 유연성? 사회성? 자비? )을 얹었으니 이관왕입니다.

논리적으로야 작꿀이 말이 하나 틀리거 없지요.

저는 일관성이 없는 엄마고 자기 편한대로만 하는 조폭 엄마 입니다.

그런데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논리적으로만 키우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해야하는 유연성과 계산상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돕는 마음을 못 배우니 조폭엄마 타이틀은 감수하기로 합니다.


작꿀아, 다음 생에는 네가 내 엄마로 태어나렴. 쉽진 않을 거야 ㅋㅋㅋ


여러분의 책.습.관. 은 어땠어요?

습관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18-e2f7odr


https://youtu.be/tRWI1BvbbJI?si=v87U003Vn_j1Z4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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