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해가 뜨고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것이 세상 쉬운 일일 거 같지만 잠 못 자는 사람들에게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10대, 20대에는 안 깨우면 밥 안 먹고도 다음날까지도 잘 수 있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면 눈치 없이 해님보다 먼저 일어나기도 일쑤입니다. 예전엔 알람을 두세 개 맞춰 놓고도 8시 등교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알람 없이도 3시, 4시에도 눈이 버쩍 떠집니다.
게다가 중간에 잠깐 깨기라도 하면 다시 잠드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제가 찾은 수면제는 김장입니다. 김장한 날만큼은 코를 골며 곯아떨어지거든요.
과학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몸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습니다.
세탁기, 로봇 청소기, 식기 세척기, 배달 앱, 밀키트, 온라인 쇼핑, 엘리베이터도 모두 몸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몸이 편한 대신 머리털이 빠지도록 머리를 쥐어짜야 몸을 쉬게 할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회전의자에 앉아 영혼까지 탈탈 털려서 집에 오면 몸에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에너지가 없는 것은 머리입니다.
머리는 뇌가 가출한 마냥 피곤한데 몸은 한 번도 쓰지 않아 서로 균형이 맞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몸에 있는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돈을 들여 헬스장에 등록합니다.
몸의 편의를 위한 돈과 몸을 쓰기 위한 돈까지 두 배로 돈이 듭니다.
경제적 자유에 한 발짝 다가갈 겸 저는 몸의 편의를 위한 돈을 절약해서 몸을 위해 쓸 돈도 절약합니다.
한 마디로 김치를 사 먹는 대신 직접 담그는 거죠.
김치도 담가 먹는 부지런한 주부라는 가짜 명함은 덤이지만 극구 사양하진 않습니다.
김장 담근다고 하루 종일 종종거리면 숙면은 보장입니다.
김장은 강도가 좀 센 수면제지만 약한 수면제도 찾으면 많이 있습니다.
머리털 빠지게 일하고 온 문어한테 작꿀이 맡기고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기는 좀 눈치 보입니다.
그럴 땐 몸의 편의를 위한 멀쩡한 식기 세척기 놔두고 굳이 손 설거지를 자처합니다.
작꿀이는 저절로 아빠 차지가 되고 설거지를 핑계 삼아 몸을 쓰는 수면제를 복용합니다.
그릇에 있는 무늬 하나하나 구경하며 구석구석 뽀득뽀득 소리 나게 닦습니다.
모두들 푹 자고 싶은지 너도 나도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서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선점해야 합니다.
물론 몸 쓰는 걸로 치면 작꿀이와 노는 게 최고긴 한데 잘못 걸리면 전지훈련 급이니 다들 소소하게 홈트 정도 하고 싶어 하는 탓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금은 집안에 식구가 그득하니 마음만 먹으면 아니 마음이 없어도 몸을 움직일 거리들이 나옵니다.
바쁠 때 하나 둘 들여놓은 몸을 대신 써 주는 기기들이 점점 야속한 나이가 오겠지요.
옷 벗어 어지럽힐 녀석들도 훌쩍 떠나고, 김치를 먹어줄 식구가 없고, 머리를 쥐어뜯으러 나갈 일도 없어지는 때가 오면 어떤 수면제를 먹을까 생각해 봅니다.
깻잎 농사라도 지어야 하나 싶습니다.
지금 먹을 수 있는 수면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시장에 가니 배추가 세일을 하네요.
김치통도 슬슬 비어가는데 어디 거나하게 겨울잠을 자볼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책.습.관.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21-e2ffrdj
https://youtu.be/tk6eFmJf_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