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진짜 어른이 돼 보자

책.습.관.

by 책o습o관

교육과 육아의 가장 좋은 점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내가 어른을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매 순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책을 본다. 좋은 말만 해주고자 치면 체력만 바쳐주면 하루에 책 1권 분량의 잔소리를 할 수도 있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삶 이런 것은 아이들도 이솝이야기부터 동화책까지 많이 읽어서 다 알고 있다. 진짜 어른은 현실 세계와 공존해야 하기에 어렵다.


내가 심리학,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고2 무렵쯤이었다. 나라는 인간이 하도 답답하고 나도 내 머릿속에 뭐가 들었나 궁금해서 프로이트를 읽기 시작했는데 물론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최근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1,2, 아들러의 성격 상담소 그리고 아들러의 열등감, 어떻게 할 것인가까지 완독 했다. 아들러에 푹 빠졌다. 나는 속독가다. 말이 좋아 속독이지 끝이 궁금해서 기억을 못 해도 무조건 빨리 읽는다.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끝을 못 내면 설거지를 미룬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내가 속독을 못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명치를 찌르는 문구를 툭 뱉어내는 책을 만나면 나는 갑자기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좌불안석이 되어 어쩔 줄 모르며 책을 덮는다. 마치 아이들이 너무 맛있는 젤리를 만나면 먹으면 없어질까 조몰락 거리는 마음이다.

아들러와 관련한 책들엔 그런 문장들이 많았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다. " 라는 문장이 나의 한줄 요약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한 문장은 역사적인 명문장들과 일맥상통한다.


" 너 자신을 알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내가 모르는 것이지 찾으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 아이들도 특별해지고 싶어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결국 너희는 평범하다고 하면 입을 삐죽거린다. 아침에 눈에서 잠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피곤하냐고 물으니 수영팀 연습하느라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수영을 잘하냐고 물으니 꽤 한다고 한다. 모든 영법을 다 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나의 관심과 질문에 아이들의 어깨가 올라가고 있음이 보인다. 그래서 몇 초냐고 물으니 한 아이가 자유형이 26초 정도라고 한다. 제법 하는 게 맞다. 우리 아이도 수영을 했기 때문에 나도 고등학교 수영팀의 평균 기록대를 알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빠르다며 대단하다고 한다. 자기는 28초란다. 그래서 앞으로 수영을 계속하고 싶냐니까 엄마가 여태까지 들인 돈이 많아서 그만한다고 하기 무섭다고 한다. 수영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고, 바이올린도 그렇고 그렇게 할게 많아서 숙제할 시간이 없단다. 숙제할 시간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고등학교 수영팀 평균이 26초다. 실제로 26초면 1군에 들어가기 어려운 실력이다. 또 대학 갈 때 수영장학금 같은 걸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 보이는 기록이다. 사실 조금 찾아보거나 고등학교 수영경기에 가보면 알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하시는 분은 별로 없는 듯하다. 자기 아이와 같이 뛰는 아이들 기록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기록이 평균인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평균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대부분 청소년 아이들은 특별해지고 싶어서 운동부에 들어가려고 하고, 이상한 옷을 입기도 하고, 인기 많은 이성친구를 사귀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 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정작 특별한 아이들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동경하는 저런 모든 행동이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자기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가 평범하다는 걸 아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자신이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수많은 재능과 능력 중에 특별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봐주는 것이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에서 자란 큰꿀이는 처음 학교에 입학한 후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었던 모양이다. 영어도 뭔가 다르게 느껴지고 인기의 중심에 서 지지 않는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이 자신의 특별한 무기가 되었던 모양이다.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했고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래서 아이는 성적에 더 집착하는 것 같았다. 공부만 잘하면 최고라고 해주는 엄마들과 달리 그런가 보다 하는 나한테 서운하기도 했던 것도 같다. 때로 학교에서 팀프로젝트를 할 때면 아이는 성적에 관심 없는 아이들이 나 몰라라 할 때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혼자 다른 아이들 분량까지 다 하는 듯도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못하더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염장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잘하는 특별한 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 다른 아이들만의 특별한 것을 발견하는 것, 기회를 주는 것도 생각해 주길 바랐다.

물론 답변은 " 내가 알아서 할게."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가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면 자신의 평범함도 다른 친구들의 평범함도 특별하게 봐주는 사람으로 커가는 변화가 느껴진다.

이번 쇼핑 덕에 나도 아이와 함께 진짜 어른에 한발 다가간다. 감사하다.



keyword
이전 14화책: 크리스마스 책 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