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크리스마스 책 쇼핑

책.습.관.

by 책o습o관

나는 헛똑똑이다. 옆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게 헛중에 제일 큰 헛을 가져다 붙여야 한다. 똑똑이가 붙는 이유는 똑똑해서가 아니라 똑똑한 줄 착각해서다. 한국에 있을 때 서점이 길에 널렸건만 책 속에 파 묻혀 살지 않은 것이 이제 와서 아쉽다.


좋은 책도 많고 궁금한 책도 많다. 나의 책욕심을 다잡기 위해 주부 자아가 내린 처방이 책을 모아 생일에 한번 크리스마스에 한번 주문하는 것이다. 나 혼자 안건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진행 중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무료 배송을 받으려면 100불 이상이다. 100불에 가깝게 딱 맞춰서 사는 묘미를 부자들은 모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는 우스꽝스러운 승리감이 달콤하다고 우겨본다. 이렇게 100불 게임을 하려면 진짜 중에 진짜를 사야 한다.


요즘 들어 둘째가 한국어 책 읽기가 시들해진 듯해서 내 책을 양보해야하나를 놓고 학부모 자아와 어른이의 자아가 심각하게 싸우는 중이다. 아이들은 새책이 오면 좋아라 한다. 그런데 그 책이 최애책의 반열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인기가 많다는 책을 산다고 해도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서점에서 들춰보고 읽어보고 샀을 텐데 이건 거의 점쟁이 수준이다. 몇 장 볼 수 있지만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자세가 안 나온다. 무릎에 다리 하나 척 올리고 옆구리에 찰싹 붙어서는 손으로 책을 마구 쑤셔대며 읽어야 하는데 그 몇 장마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혹여 재밌는 거라도 걸리면 배송기간 내내 뒷야기가 어떻게 된 거냐고 언제 온 거냐고 목졸림을 당해야 한다.


책 선물은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이 아니다. 될 수가 없다. 이성과 헤어지고 싶다면 책만 덜렁 선물하면 된다. 내가 속물이라고 해도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책이 주는 즐거움이 받은 당시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읽어야 그 진가가 나오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포장지를 여는 순간 즐거움을 선사할 선물과 읽고 난 후 즐거움을 선사할 선물을 같이 주는 것이 정답이다.


이지은 작가의 '수박의 전설'도 사야 하고 무슨 책들로 추려 100불을 맞출지 마음이 바쁘다.

한국에서는 영어 공부한다고 난리더니 도서관에 영어로 된 좋은 책이 널린 미국와서는 굳이 한국책을 읽겠다고 하는 나는 청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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