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몰입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문
책.습.관.
할 일도 많은데 자꾸만 브런치에 들락거리고 있는 나를 보니 코딱지만 한 하트의 위력이 세긴 센가 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고, 오늘은 누가 와서 읽었나 호기심도 든다.
어느 작가님의 글을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기에 쓰고 남들이 듣고 싶은 말을 써야 하트가 뿅뿅 떨어진다는데 왕년의 인기몰이를 했던 록 스타처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욕심도 많아서 하트가 많이 받고 싶으면서도 인사치레로 받는 하트는 아니었으면 싶다. 그래서 댓글을 열어볼까 싶다가도 댓글을 열면 또 인사를 해야 하고 정이 쌓이면 미안해서라도 좋아요를 누르게 되지 않겠나 싶어 관둔다. 역시. 관계란게 어렵구나.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고? 코딱지만 한 하트에 뭔 그리 의미를 많이 부여하냐고?
심각해지면 재미가 없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브런치가 재미있다. 하트는 나 몰라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게 된다. 게다가 관계가 어려운 줄을 알아서 그러려니 하니 스트레스도 아니다. 물처럼 흐르는 게 관계인 줄은 아니까 그다지 안달복달하지도 않는다.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종한다. 말이 좋아 미니멀리즘이지 그냥 물건이 없는 게 편하다. 물건보다야 돈이 낫지 않나. 부피도 작고 뭐가 될지 가능성도 크다. 곤도 마리에가 유행하기 전 무소유가 있었다. 머리도 복잡한데 집까지 복잡할 필요가 없고, 또 청소하는 것도 귀찮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이유가 없다. 요즘 유행하는 정리습관 영상들 흉내를 내보려고 칸칸이 작게 막혀 있는 정리 용품을 샀지만 얼마가지 않아 이 구멍 저구멍이 뒤섞여 있다. 구멍이 하도 많아 찾기 어렵기에 그냥 어지간히 찾기 쉬운 정도면 한 통에 담아 놓기로 했다. 내가 시간을 정리하는 방법도 비슷해서 나는 하루 계획을 서랍장처럼 짠다. 양말은 양말끼리, 속옷은 속옷끼리 모아 놓은 것처럼 시간도 비슷한 것끼리 모아 놓는다. 집안 일하는 시간, 꿀꿀이들 시간, 내 시간 이런 식으로 서랍장을 짠다. 물론 내 시간에도 장에 붙어있는 칸막이 같은 것들이 있다. 아이의 등하교 시간처럼 칸막이가 되어주는 일들이다. 서랍장에 무게에 따라 무거운 물건은 아래에 놓듯이 내 시간표도 그 시간에 특히 무게감 있는 인물들을 위주로 짠다.
그런데 개구리가 브런치를 알게 된 후 이 서랍 저 서랍을 휘잡고 다닌다. 아직 변태가 덜 된 변태 개구리인지 생각 꼬리를 아무리 구겨 넣어도 서랍장 밖으로 삐져나온다. 문득 설거지를 하다 보면 생각나기도 하고, 꿀꿀이들하고 앉아 있다 생각이 나기도 한다. 벌써 경고도 여러 번 받았다. 브런치까지는 가지도 못해서 메모장에 끄적이려고 한 건데 여지없다.
" 엄마 전화기 안 돼." 작꿀이가 제법 단호하다.
한 글자만 고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아까 쓴 그 단어가 영 마음에 걸리는데.
화장실에라도 간다고 해 볼까?
습관으로 간신히 모아 놓은 2-3 시간은 마음껏 쓴다. 애들이 게임을 하는 마음도 이런 마음이겠지. 큰꿀이가 드라마 보는데 방에 들어가면 싫어하는 게 그런 마음이겠지. 한창 빠져드는데 " 엄마~" 하고 부르면 비눗방울 터지듯 터져버리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겠지 생각해 본다. 이제 슬슬 생각을 접고 도시락을 싸야 할 때다. 좀 아쉬운데 서랍장을 큰 걸로 바꿀까 싶지만 붙박이다.
편집의 힘을 빌어 글로 꾸미니 평범한 내 인생도 나름 재미있는 구석이 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