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 '1세대 학원 키즈의 교육 쇼핑 후기: 책. 습. 관."에서 이미 말했듯 습관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앞에 있는 도서관에 데려다주고 글을 쓴다. 그 시간에 한국학교 수업 준비도 하고 그 시간에 책도 빌리고 새로운 구상이나 정보도 찾는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간 시간부터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까지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해가 떠 있는 동안의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집에 다시 가면 운전해야 하니 왔다 갔다 30분은 걸리고 주차도 다시 해야 한다. 그래서 난 그냥 도서관으로 온다. 애초에 여러 군데 유치원 중 이런 이유로 도서관 옆에 있는 유치원을 골랐다.
30분 차이에 뭘 그렇게 아등바등하냐고? 난 별로 아등바등한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좋아서 하는 건데 아등바등 할 일이 뭐가 있을까? 난 오히려 이 2시간 30분이 게임처럼 느껴진다. 올해가 가기 전에 건강 목표도 달성하려고 30분 걷기까지 달성해보려고 용을 쓰다 보니 컴퓨터 자판이 느린 것이 울화통이 터질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관계가 각박해질 수 있다. 내가 5분 10분을 아끼기 위해서 편한 집 대신 도서관으로 가는데 학부모 친구랑 수다를 떨기 위해 10분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렇게 살았던 때도 있었다. 점심시간에 문제집 풀면 성적이 더 오를까 싶어 밥 빨리 먹고 문제 풀던 아이 흉내도 내봤었다. 나이가 준 선물로 나는 이제 관계가 우선이라는 것을 안다.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해주는 습관,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습관을 지키면 된다는 그 간단하고 쉬운 걸 아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 인간은 누구나 유대감을 원한다. 사회적 동물이니 유대감을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유대감은 내가 너를 믿어도 되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회사 회식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2차 3차까지 다 버틴 최후의 전사만이 공유하는 것이 비효율적이지만 이해는 되는 것이다. 그런 비효율적인 회사 문화는 이미 지나간 과거다. 세상이 관계를 손절하면 되는 것으로 만만하게 보기 시작했다. 손절을 반대하냐고? 나는 손절 전문가다. 난 꼴 보기 싫으면 안 본다. 불편해도 안 본다. 재미없어도 안 본다. 싫은 소리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안 본다. 그야말로 안물안궁이다. 나처럼 소박한 인간관계를 가지면 잃는 것이 많다. 선택하면 된다. 불편하고 고요하지만 외롭게 살던가 불편하고 멀미 나지만 풍요롭게 살던가. 양쪽 다 불편하다. 어떤 선택이 맞는 것도 아니다.
큰꿀이는 방과후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학교에서 숙제를 끝내고 싶어 애를 쓰는 모양이다. 그런데 친한 친구가 숙제만 하려고 하면 와서 말을 시키고 방해를 한다며 투덜거린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숙제할 거니까 가라고 해. 친구 하지 마."
난 화끈한 손절 전문가 아닌가.
그랬더니 황당해하며 그래도 친군데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한다.
" 친구 없어도 살 수 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건 싫단다. 그래서 숙제할 시간이 그때 밖에 없냐고 했다.
그랬더니 2교시엔 자율 학습 비슷한 거라며 그 때 하면 될 것 같단다.
그렇다. 소중한 관계를 지키도록 해주는 습관, 관계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습관이 좋다.
큰꿀이는 오늘도 2교시에 자투리 시간까지 꾹꾹 눌러쓰게 하는 습관 쇼핑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