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삶이라는 스파링에 필요한 가드
책.습.관.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윗니아래 이 닦자.
세수할 때는 깨끗이 이쪽저쪽 목 닦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거울을 봅니다.
꼭꼭 씹어 밥을 먹고 가방 메고 인사하고 유치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작꿀이가 매일 아침 무사히 등교하는데 1등 공신은 '둥근해가 떴습니다."라는 동요다.
나 어렸을 때도 있던 노래니 모르긴 해도 반세기는 족히 된 노래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유 한잔을 걸치고 영상기기를 옆에 끼고 뒹굴 거리던 작꿀이가 노래에 따라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우리의 아침은 평화롭다. 노래를 부르기 전 아침은 말도 마라. 머리에 새 집은 물론이고 이도 안 닦고 학교 가는 날도 많았다. 아이도 어른도 쫓기면 습관을 챙길 여력이 없어지는데 그럴 때일수록 챙겨야 하는 게 습관이다.
오래간만에 불러보는 이 노래 가사가 가물가물 하여 찾아봤다. 명곡도 이런 명곡이 없다.
이를 닦으면 턱에 허옇게 치약 거품이 묻는 것까지 고려해서 이 먼저 닦고 세수 먼저 하라고 한다.
게다가 인사까지 잊지 않고 씩씩하게 가란다.
이 노래대로만 혼자 할 수 있으면 4살 과업은 다 한 거다. 한글 좀 모르면 어떤가 자기 몸뚱이 하나 건사할 수 있으면 됐다.
바쁘게 변하는 세상에서 기본을 지키기 위해 습관이 필요하다. 밥 먹으면 상 치우는 것을 돕고, 사람을 보면 인사하고, 도움을 받으면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것 기본을 지키려고 알람도 맞춰가며 습관을 들인다. 내가 잊은 둥근해 동요처럼 내가 잊고 사는 기본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바쁜 일, 중요한 일, 특별한 일로 두드려 맞는 삶에서 기본을 잃을까봐 습관이라는 가드를 올려 본다.
해마다 수능기간이 되면 교과서만 공부했다는 만점자를 믿지 않았다. 이제는 믿는다. 나는 습관의 힘을 믿게 됐다. 기본에 충실한 습관은 나에게 몰입의 자유를 준다. 나에게 책 쓰기라는 놀라운 성장을 줬다. 건강도 좀 주십사 부탁 중이다. 좀 두드려 맞더라도 가드를 다시 올리면 된다. 어디까지 지켜줄 건지 아주 단단히 시험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