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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붕 May 10. 2024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동물

진실된 친구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동물은 인간이다.

그 사람을 닮고 싶지만 

그 사람의 단점은 닮고 싶지 않고,

피드백을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어하고.

슬픈데 기쁘고, 기분이 좋지만 찝찝한 느낌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정말 모순되고 맹목적으로 

바라는 것은 많은 동물이다.

인간관계란 무엇일까. 

아직 나도 많이 어려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나를 변화시키지
않는 인간관계는 없다.
"


그 누명사건은 약간 큰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 애한테 쪼르르 달려갔던 애들도 그 주인공도 

나에게 사과 한 마디도 없었지만,

난 그 애들과 잘 지내고 종업식을 맞이했다.

그렇게 4학년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나는 어느 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 애는 내게 무해한 얼굴로 다가와, 

나와 친해졌다.

4학년은 그 친구와 놀면서 

정말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그 친구와의 추억 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건

비 올 때 수영장에 같이 갔던 것이다.

친구랑 수영장으로 갈 때는 비가 안 왔었지만 

수영장에서 샤워하고 나왔을 때는 

비가 억수로 쏟아져, 

앞이 안 보이는 수준이었다. 

엄마를 부르는 게 미안했던 

친구와 나는 거리도 가까운 곳이니

같이 서로의 집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있다. 

서로의 집이 바로 옆이라 가능했던 일.

그 기억은 아직도 즐거운 기억으로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 시기 까지는.


친구들이랑 잘 놀다가 

서로의 엄마 사진을 보여주는 상황이 있었다.

서로 핸드폰을 들어 보여주고 있었다.

이때 내가 건넨 말이 화근이었다.

"너희 어머니 사진으로 

찍으시니까 더 이쁘시네~"

"그럼 우리 엄마가 핸드폰으로 

찍어서 이쁘다는 거야?"

"..?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미 충분히 이쁘시다고 한 건데..?"

"너 진짜 어이없다. 우리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엥? 무슨 말이야? 그런 뜻 아니야!"

"진짜 실망이야."

가슴이 철렁했다. 그 안에 같이 있던 애들도 

싸해지는 분위기를 읽었는지, 

나와 그 친구를 말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도 저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내 말에 의해 그 친구가 오해한 건 맞으니, 

사과를 먼저 하면서 해명을 했으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엄마한테도 한풀이를 했고, 

엄마는 일단 달래서 나를 진정시킨 다음,

"말은 아 다르고 어가 달라. 

네가 그렇게 말을 해서 걔는 오해를 한 거잖아?

그래서 항상 말은 조심해야 하는 거야. 

내일 학교 가면 바로 보는 대로 사과해."

난 사과를 왜 해야 하는지 머리로만 이해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난 그 친구랑 같이 있고 싶었기에 

사과를 하러 다음 날 학교에서 말을 꺼냈고, 

그 친구는 내 사과를 받아줬다.

기뻤다. 이제 이걸로 얘랑 어색해지는 건 

끝이겠거니 안심했다.

안일했다. 난 이해를 못 했지만 내 친구에게 

상처를 입힌 거나 다름이 없는데,

그 상처가 사과 한 번으로 나을 수 있었을까.

그 이후로 나와 계속 같이 친하게 지내긴 하지만 

전과 같은 즐거움이 아니었다.

어색함은 계속 밑천에 깔려있었으며, 

은근히 나를 싫어한다는 티를 냈었다.

물론 그때의 나는 몰랐지만.

내가 자신과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게 싫다며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라고 하질 않나,

내가 쉬는 시간에 잠깐 다른 애와 놀려고 

말을 꺼내면 그 친구를 데리고 가버렸다.

바람 맞힌 적도 있었다. 

눈 내린 추운 겨울날. 

겨울방학이라 그 애와 만날 약속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어도 

친구가 오지 않자, 난 그때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시무룩한 나를 보며 자초지종을 물었고, 

내 대답을 들은 엄마는 화를 냈다.

"야 이 미련곰탱아! 밖에 얼마나 추운데 그러고 

2시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 

감기 걸리겠네! 어느 정도 안 오는 같으면 

그냥 집으로 왔어야지!!

으휴 진짜."

그 말을 듣고 속상함에 눈물을 보였을 때,

엄마는 "그러지 말고, 그냥 기분전환이나 하자. 

엄마가 콩콩이 태워주면 되지."라고 말했다.

"진짜..?"

"그래~ 엄마 준비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곧이어 엄마와 콩콩이를 타러 간 곳에는..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그 친구와 다른 무리들이 

컵떡볶이를 들고 서있었다.

내가 2시간 동안 기다리는 동안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컵떡볶이를 먹으며 놀다가

피날레로 콩콩이를 타러 온 것이었다.

'허. 이게 뭐지?'

순간 가슴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난 엄마한테 말하는 척 그 애한테 들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크게 얘기했다.

"아~ 누가 바람 맞히지만 않았다면 

나도 떡볶이 먹었을 텐데!"

"그걸 왜 엄마한테 얘기해. 쟤한테 얘기해야지."

"..."

엄마의 그런 말은 내게 들리지도 않았다.

그 친구는 콩콩이를 같이 나와 타면서 

"약속을 잊어버렸어. 미안해."라고 했다.

차라리 개가 사람말을 한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 그랬구나~"하고 넘어갔다.

나쁜 쪽으로 생각해 봤자 게 좋을 게 없었으니까.

분홍색을 좋아하는 내게 공주병이라고 

놀리는 것을 주도하기도 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애를 나도 좋아한다며 

나를 반의 공식적인 여우 X으로 만들었다.

엄청 나중에 얘기해 보니 실제로 

겹친 적은 있었지만, 

난 걔가 그 남자애를 좋아하는 줄 몰랐다.

어느 날은 점심시간에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나를 

불러서 운동장에 앉아있는 곳으로 불렀다.

"~~ 해서 난 이제 (슈붕)이랑 노는 거 

이제 그만하고 싶어."

"허."

듣자마자 바로 도망갔다.

듣기 싫었다. 난 계속 걔랑 같이 놀고 싶었는데.

그러고 그 애와는 냉전이 시작됐다.

그런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는지, 

다른 친구가 내게 그 애 몰래 말을 걸어왔다.

"(슈붕)아, 잠깐 나와봐."

그 애가 하는 말은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다.

"네가 여전히 걔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야.

걔.. 너 없을 때 너 뒷담까. 

나도 슬슬 듣기 거북할 정도로.

처음엔 한 두 마디였어. 

근데 이제는 나랑 나누는 대화가 

거의 다 너에 대한 뒷담이야.

근데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도 너의 뒷담을 

그 정도로 깐다는 게 중요하지."

"... 그래? 예상했어. 걔가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지만."

"제삼자로서 판단해 줄게.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난 걔를 안 지 얼마 안 되니까 

너의 입장도 들어보고 싶네."

그렇게 자초지종을 다 들은 그 애는

"(슈붕)아.. 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근데 솔직히 난 걔가 이해 안 돼.

넌 그런 의미로 말한 것도 아니고 

사과도 받아줬다며?

근데 왜 이제야 하필 그걸 이유로 

들면서 그러는 거야?"

기뻤다. 드디어 나를 이해해 주는 애를 

만났다는 게 나한텐 덧없는 기쁨이었다.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마워. 

나도 솔직히 이해가 안 돼... 나 너무 힘들어..."

웃는 표정이 점점 슬픈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이때 내가 받았던 충격은.. 

어떤 글로도 표현이 안될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심장에 칼이 수십 개는 박힌 느낌이었다.

집에서도 울었고, 

학교로 가면서도 울컥하는 걸 겨우 참았다.

'여기 걔랑 항상 같이 다니던 등굣길인데...'

생각하니 눈물이 올라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무서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교는 가야 했다.

난 아침에 눈뜨는 게 싫었다.

그 시기를 날 이해해 준 그 애 덕분에 버틴 거다.

아직도 가끔 그 애와 연락은 한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인간 불신이 그때 얼마나 심각했냐면, 

날 괴롭히는 애 몰래 날 이해해 준 친구가 놀려고 

약속을 잡은 적이 있었다. 

근데 여기서 약속이 갑자기 

파투가 날까 봐 나갈 준비하기 전에 

3번은 전화해서 확인했었다.

"우리 n시에 만나는 거 맞지..?"

이 내용만 3번을 반복했다고 보면 된다.

그날 우리는 재밌게 놀았고, 

우리 엄마도 만나서 같이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다.

그 친구 덕분에 어떻게든 버티고 또 버텼다.

한 편으로는 우스웠다.

지 옆에 있는 애가 내 편인줄도 모르고 

내 얘기를 그렇게 해댄다는 게.

걔는 그 얘기를 듣고 나한테 전달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의 주도권은 여전히 걔한테 있었다.

그렇게 오프라인 친구 관계에 현타를 느낀 건지, 

걔는 온라인의 세계에 빠졌다.

그때 당시, 카카오톡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걔는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과 

하하 호호 놀고 있었다.

나는 블루스택을 설치해서 

PC로 카톡을 하고 있었다. 

갤럭시 S2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보급이 아직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동안 그곳에 들어갔다가 

무서워서 나온 뒤로는 

그 친구와 대화할 거리도 없어지고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 친구가 말하는 거의 모든 주제가 다 

온라인에 있는 그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다사다난한 1년이 끝나고, 

5학년 종업식이 되었다.


난 이 시건들을 필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시간을 돌린다면 

이 일 자체를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내린 선택들은 좋지 않은 

선택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들은 그 관계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고,

어떤 선택들은 그 애와 

잠시동안이라도 있게 했을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을 

난 진실된 친구들이라고 믿는다.

물론 미래에 어떤 관계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알 수 있다.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었음에도 

아직까지도 나와 친구인 그 애들도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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