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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Jan 31. 2024

시간이 지나면 잔잔해져

잔잔함은 강렬함을 이기지

우린 참 많이도 빛났고 또 많이도 부딪혔지.

어느 날엔 깨어졌고

또 어느 날엔 숨 막힐 듯 아름다웠어.


너는 가끔 내게 말했지.

내가 너무 잔잔한 호수 같다고 말이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어.

그럼 너는 내게 일어난 물결 같은 사람이라고.

잔잔한 나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 같다고 말이야.


나는 네가 살랑이는 바람에

부드럽게 일어난 물결인 줄 알았는데

짓궂은 날씨가 일으킨 너울이었어.


네가 일으킨 너울은

시간이 한참은 지나서야 잔잔해지더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던 파도도,

나를 어지럽히던 너울도

끝끝내는 잔잔함만이 남더라고.


우리의 혀가 뒤엉키고

맹렬히 몸을 섞던 순간보다


윤슬같이 빛나던 미소가 기억에 남는 것처럼



잔잔함은 언젠가 강렬함을 이긴다.


나무들이 여러 번 옷을 갈아입은 지금쯤

너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웃음을 잃어버린 내가, 마침내 그것을 되찾은 순간에


그토록 잔잔했던 내가

그제야 네게 강렬히도 타오르기를.



그때서야 잔잔함이 강렬함을 이겨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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