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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um Jun 05. 2023

A-3. 상품을 개발하기 앞서 가장 중요한 것

목표 설정

 얼마 전, 상품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자문과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다. 그들의 사업 계획과 진행 예정 업무를 읽어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이들 상품을 출시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상품이 출시되기까 계획들과 출시 후  홍보 방안까지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정작 상품이 어떤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재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강조한 것은 '상품 출시 자체 목표가 아니라 상품의 성공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실은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초기 시절 모습이 보였다. 회사에서 부여받은 내 역할은 상품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것이었기에 찍어내듯이 상품을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깊은 숙고라는 것은 없었다. 개발 프로세스에 맞게, 절차에 맞게 빠르게 출시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애초에 과제 지향적인 성향이고, 결과물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마냥 좋았다.

 당연히 그렇게 출시한 상품들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도 모두 내 몫이었다. 가만 보니 잘 된 상품이 없었다. 계속 존재감 없는 채로 판매가 되다가 유통기한이 임박하여 재고 소진을 해야 하거나, 제조업체에서 물량이 적어 공장 효율이 나지 않아 생산을 하기 힘들다는 비보를 전달해오기도 했다. 열의를 다해 상품을 개발했건만 나는 정녕 이 일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던가. 속절없이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 무렵, 새로 부임하게 된 상사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네가 개발해서 성공한 상품은 뭐야?" 그가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정말 순수하게 네가 어떤 상품을 개발했는지 모르겠으니까 알려주겠니였을까, 아니면 나는 네가 개발한 것 중에 잘된 게 1도 없다는 것을 아니까 정신 차려보자.라는 경종의 의미였을까. 그 의도가 어떻건 간에, 질문은 나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이번 달은 몇 개를 개발했고, 언제 출시가 되는지에 급급했던 내가 '상품의 성공'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상품을 출시하는 자체가 나의 성과이자 조직에 대한 기여라는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으며, 나의 목표는 결국 상품 개발 그 자체였을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 자존심을 박박 긁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후로는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닌, 오로지 상품을 성공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초점을 맞춰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는 거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개발을 위한 개발을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인프라였다. 어떤 파트너사와 어떤 설비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래야 지난하고 복잡한 개발 프로세스조금이나마 효율적으로 상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품의 성공을 목표로 하자 내부에 머무르던 관점이 외부 시장과 고객을 향하게 되었다. 상품이 성공을 하려면, 고객이 상품을 사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고객을 알아야 하고, 시장에서 니즈가 있는 것인지, 어떤 고객에게 니즈가 있는 것인지, 상품은 정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퀄리티인지, 고객들이 다시 구매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경쟁상품 대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인지 등... 목표 설정이 바뀌었을 뿐인데, 매우 많은 고민들이 뒤따라왔다. 보유 자원에 맞춰 상품을 기획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니즈가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보유 자원을 접목하는 방법으로 무게 중심도 이동했다. 

 

 가 망하려고 상품을 개발하겠는가? 당연한 얘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실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일정과 성과의 압박에 쫓겨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욕심을 낼수록 같이 일하는 분들도 함께 일이 늘어나게 되고 반복되는 개선작업에 지쳐가고 고민은 깊어진다. 출시를 목표로 한다면 적당히 개발해서 빠르게 출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결코 그럴 수 없다.

 상품은 성공을 염원하며 더 많이 고민하고 공들일수록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 장담하건대 고객은 그 염원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렇기에 누구든 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상품을 성공시키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팅하였으면 한다. 그 목표로부터 모든 고민을 시작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훨씬 나은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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