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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쑤 Oct 26. 2024

IRP 가입하던 날 설레었다


'어휴, 오늘따라 은행 가기가 왜 이렇게 귀찮냐. 점점 은행가는 것도 귀찮아지는구만.'


회사에서 재무 쪽 일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업무 특성상 주기적으로 은행을 방문한다. 인터넷 뱅킹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바람도 쐴 겸 은행 다니는 일은 크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덥고 무엇보다 햇볕이 쨍쨍 내리 쪘다. 어찌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가 싫던지 미루고 미루다 영업시간 끝나기 일보 직전에 은행에 도착했다.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여유를 두고 갔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 닫는 시간까지 업무처리가 안 끝나서 은행 셔터문이 내려졌다. 이런 경우 나올 때는 개구멍처럼 조그마하게 별도로 마련된 문으로 나와야 한다.


앞에 있는 창구 직원이 열 일 하는 동안 나는 보통 핸드폰을 보거나 직원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한두 번 가는 은행도 아닌데 그날따라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옆에 높여있는 홍보물도 들춰봤다. 카드, 예금, 대출 등 가끔 이것저것 살펴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러다 테이블 앞에 IRP 가입 이벤트라고 놓여있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항시 놓여있는 것이었을 텐데 유독 IRP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보였다.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나의 경우가 그랬다. 그 무렵 토해내기 일보 직전인 나의 연말정산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환급금이 10만 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니 13월의 급여라더니 나는 왜 이렇게 환급받을 내역이 없는 거야. 이러다 토해내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아!!!"


동료에게 얘기하니 같은 입장이라며 연말정산 혜택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진단다. 그렇다고 월급 받을 때 세금을 더 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더 떼서라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것이 기분은 더 좋을것 같다며 우리는 웃었다. 그날 창구에 붙어 있던 IRP 광고 내용은 그동안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다.



개인부담금 연 900만 원 까지 최대 16.5% 세액공제

퇴직금 입금 시 퇴직소득세 과세이연

연금 수령시 저율과세


홍보물의 글자를 별생각 없이 쭉 읽어 내려가는데 그 순간 충동적으로 IRP 계좌를 개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말 이거 말고는 세액공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제 55세도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IRP 계좌를 개설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직원분이 오늘은 영업시간이 종료돼서 개설이 안되고 내일 다시 방문해달라고 했다. 막상 계좌를 개설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음날 바로 은행에 가서 IRP 계좌를 개설했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4년 IRP 가입자 증가율은 전년 대비 31.2%, 적립금은 18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IRP 계좌는 통장에 돈을 넣기만 하면 최대 16.5%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혜택이다. 만약 12월에 불입하면 2개월 뒤에 16.5%를 돌려받는다. 물론 불입한 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아야 하지만, 어차피 55세는 온다. 


가입을 하고 나니 온통 IRP 광고만 눈에 보였다. 그동안 가입을 안 하고 버틴 게 용할 정도로 정말 사방팔방. 도배가 되어있듯 곳곳에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업무적인 일로 주기적으로 은행을 다닌 지가 20년. 한때는 IRP 계좌가 퇴직연금 받을 때나 쓰는 계좌인 줄 알았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등은 당연히 전혀 몰랐다. 


계좌를 개설할 당시엔 연말정산 세액공제 기능밖에 몰랐지만, 계좌를 개설한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드디어 나도 연금 넣고 세액공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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