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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쑤 Oct 26. 2024

연금저축계좌로 400만 원 분산하기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나오는 말이다. 새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듯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투쟁의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까.


사진: UnsplashLandon Martin


IRP 계좌에서 편드를 매수하고 자금을 운용하기 시작했던 건 나에겐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에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나는 원금보장이라는 단단한 알에 갇혀있었다. 그 알을 깰 수 있는건 나 자신뿐이었다. 알을 깨기까지는 고통이 있었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알 밖에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나는 다양상 주식형 상품을 찾아보고, 포트폴리오를 이리저리 구성해 보고, 필요한 책과 영상을 꾸준하게 찾아보았다. 책과 영상을 보면서 실천 가능한 것들은 하나하나 실행에 옮겼다. 그 무렵 메리츠자산운용에서 펀드 앱이 출시됐다. 앱에서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하면 바로 메리츠자산운용 펀드를 매수할 수 있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사실은 연말정산 세액공제 한도금액 700만 원에는 연금저축 한도 400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즉, IRP에 700만 원을 채우거나 아니면 연금저축에 400만 원과 IRP에 300만 원을 채우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자마자 연금저축계좌를 열었던 건 아니었다. 이 역시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어차피 700만 원 세액공제받는 거 귀찮게 나눌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다시 계좌를 열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고 자동매수 설정을 하는 과정이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두 계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 비중이다. 연금저축은 100% 주식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지만, IRP는 30%는 무조건 원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30% 정도는 원금형 상품에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귀찮은 마음에 나 자신을 합리화했다. 이대로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진: UnsplashMathew Schwartz



근데 30%는 생각보다 큰돈이었다. 700만 원의 30% 면 210만 원이다. 나의 경우 매월 35만 원씩 불입하는데 30% 면 10만 5천 원이다. 일반 계좌에서 펀드 상품 가입하면 보통 월 10만 원을 설정한다. 매월 10만 5천 원짜리 펀드 상품 한 개 가입할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까웠다.  


연금저축계좌를 열어서 거기에 400만 원을 넣고 100%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면 IRP 계좌에서보다 매년 120만 원을 더 주식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제야 연금저축계좌를 열고 400만 원을 연금저축으로 분산하기 시작했다.



투자 초기에 상품을 선택하는게 어려웠던 나는 이 시기에 상품을 선택하기 전에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하는 훈련을 했다. 내가 펀드를 매수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펀드가 투자하고자 하는 목적 및 투자전략

    운용역(펀드매니져)의 운용실적과 변경 내역

    투자비용- 판매수수료 및 총보수

    자산 구성 현황- 구성종목과 비율 확인

    수익률- 단기와 장기 수익률 함께 확인

    매매회전율  


모든 펀드 상품에는 상품에 대한 투자설명서와 간이설명서가 포함되어 있다. 투자설명서는 일단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먼저 간이설명서를 확인해 본다. 내가 투자 시 확인해야 하는 정보는 간이설명서 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간이설명서로 부족하다면 그때 투자설명서를 보면 된다. 소중한 내 돈을 몇십 년이 될지도 모를 시간동안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하기전에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해 나의 원천징수영수증은 연금 세액공제 항목이 둘로 나뉘었다. 근로자 퇴직연금 보장법 36만 원과 연금저축 48만 원이었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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