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즈쑤 Oct 26. 2024

내가 IRP 한도 700만 원을 채울 줄이야


"무조건 나라에서 주는 세제혜택 먼저 누려야 합니다. 연금저축은 정말 좋은 제도에요. 1년에 400만 원은 무조건 채우세요. 돈이 없다는건 말이 안 됩니다. 커피값만 아껴도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지인이 존리대표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보내왔다. 15분 정도 되는 영상이었는데 나는 그 영상을 보고 한마디로 충격에 휩싸였다. 그날 같은 영상을 열 번도 넘게 반복해서 돌려봤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얘기도 아니고 나름 재테크 책을 많이 읽었던 터라 익숙한 얘기들이었다. 근데 그 영상에서 존리대표가 얘기하는 메시지는 너무 간단하고 명료하게  내 가슴에 와닿았다.

2017년 처음 IRP 계좌를 계설하고 한 달에 10만 원씩 4개월을 불입을 했다. 그 다음 해는 10만 원씩 11개월을 불입해서 좀 더 많은 금액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금액을 넣고 더 많이 공제받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 달에 10만 원이 뭐 그리 큰돈이냐 싶기도 하지만, 현실의 삶은 생각보다 팍팍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인 나는 나 혼자만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애를 내가 보는 것도 아니었기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애초에 커피를 사 마시지도 않기 때문에 아낄 커피값도 없었다. 매월 나가는 돈 중에서 지출을 미룰 수 있는 항목은 많지 않았다. 육아비, 생활비, 보험료, 학원비 같은 꼭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먼 미래를 위한 연금에 투자하는 10만 원은 정말 크게 느껴졌다.


2018년 1월, 호기롭게 매월 10만 원씩 IRP 계좌에 돈을 넣었다. 2월, 3월, 4월... 한 달 한 달 지날수록 10만 원의 무게감은 점점 커졌다. 그래도 내가 매월 월급받는 직장인인데 한 달에 10만 원을 못 넣겠나 싶었다.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리는건 연금이었다. 2018년의 마지막 달인 12월만 넘기고 새해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한번 건너뛴 연금 10만 원은 다시 불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2019년은 지나갔다. 

막상 연말정산 세액공제에서 연금으로 세액을 한 푼도 공제받지 못하니 씁쓸함이 몰려왔다. 한 달에 10만 원이 뭐가 그리 크다고. 지나고 보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인드의 문제였다.


지인이 존리대표의 영상을 보내준건 그 무렵이었다. 그 영상을 보고 연금저축 세제혜택은 무조건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튜브에서 '존리'로 검색했다. 검색해서 나오는 영상들을 닥치는 대로 시청했다. 연금저축의 혜택과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계속 들으니 머릿속에 각인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 무조건 700만 원 한도는 채우는 거야.'


그 시기에는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한도가 700만 원이었다(2023년 900만 원으로 상향됨). 나는 무조건 700만 원은 채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엇보다도 이걸 우선순위의 최상위에 올려놓았다. 일 년에 700만 원을 채우려면 매월 58만 3천 원을 IRP 계좌에 넣어야 했다. 너무 큰돈이었다. 58만 3천 원이 큰돈이기도 했지만, 내가 결심한 순간은 이미 2020년은 8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단 어떡해서든 당해 연도에 700만 원을 채우기로 했다. 현금 700만 원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머리를 굴렸다. 일단 비상금을 털어서 모을 수 있는 현금을 모으고, 여름휴가비 받은 상여, 추석 상여를 받는 족족 IRP 계좌로 이체했다.

그래도 돈이 300만 원 정도 부족했다. 더 이상 긁어모을 곳이 없었다. 보험대출을 받을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빚을 내서 연금계좌를 채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계속 생각하다 보니 받아놓고 안 쓰고 있던 상품권이 생각났다. 상품권을 현금화해서 50만 원을 IRP 계좌로 이체했다. 

250만 원. 어떡해서든 이 돈을 채우고 싶었다. 한 번도 팔아보지 않은 육아용품이 눈에 들어왔다. 사서 버리기 바빴던 육아용품을 중고시장에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사이트에 들어가서 장난감 하나를 올려봤다. 5만 원에 바로 팔렸다. 이거다. 


육아용품을 팔다 보니 뭘 더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입는 옷도 팔아볼까. 신발을 팔아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망가진 액세서리를 모아놨던게 생각이 났다.

서랍을 여기저기 뒤져서 액세서리 통을 찾았다. 평소에 액세서리를 잘 안 하다 보니 완전히 방치되어 있던 통이었다. 열어보니 한 짝밖에 없는 귀걸이, 끊어진 팔찌, 프러포즈 때 받은 목걸이, 줄 없는 펜던트까지 정말 숨겨진 보물이 따로 없었다.


나는 바로 동네 매장으로 갔다. 종류별로 분류를 하고 차례대로 무게를 달았다. 점원분이 계산기를 탁탁 두드리더니 종이에 뭔가를 적었다. 종이를 받으니 자그마치 190만 원!!! 나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는 결국 목표한 700만 원을 채웠고, 그 해 연금 세액공제 최대 금액인 924,000원을 환급받았다. 


'내가 연금저축 한도 700만 원을 채울 줄이야.' 


가슴이 벅차올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