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나의 작은 발걸음들
나는 스스로를 ‘기웃기웃 아줌마’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발만 살짝 담그는 인생. 누가 보면 참 한심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만큼 바쁘고 분주한 사람도 드물다.
세상 모든 일터, 학원, 취미 공방 문 앞에 다 찍고 다니는 사람이니까.
코로나가 터지고,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자 나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다.
‘그래, 이제는 한국어 교육판은 끝이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하고 퇴장했지만, 그렇게 손쉽게 끝낼 수 있을 리가 있나.
마침 임신까지 하게 되어 아이를 키우느라 하루종일 씨름하다 보니, 몸은 지쳐도 마음이 더 간질간질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뭔가 해야 한다!” 그때부터 나의 기웃기웃 인생 2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는 사이버 강의실에 들어가 보육교사 공부를 했다.
아기 재우고 몰래 이어폰 끼고 수업을 듣는 모습, 어찌 보면 진지한데 결과는? 자격증은커녕 ‘보육교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교훈 하나만 얻었다.
그러자 또 다른 길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웹툰 학원. 펜 대신 마우스를 잡고, ‘나도 제2의 기한84... 아무튼 스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두근거리며 블로그에 그림을 올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웹툰 강사 교육을 들으며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태블릿을 들고 당당히 나갔지만, 곧 깨달았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웹툰을 가르친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아이들이 나보다 더 잘 그리는 상황, 게다가 아이들 자체가 썩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또 기웃거렸다. 가야금 학원에도 등록했다.
줄 고르는 소리를 내며 우아한 연주를 꿈꿨건만, 옆집에서 “이웃님, 공사하시나요?”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그림도 배우러 다니고, 자개공방에도 다니고, 뭐든 기웃거리며 도전했지만 늘 결과는 비슷했다.
금세 흥미를 잃고,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를 반복하는 삶.
사실 인정한다.
나는 뭐 하나 제대로 잘하는 게 없다.
끝까지 꾸준히 해낸 것도 없다.
그런데도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기웃거림이 나는 좋다.
집 안에만 갇혀 있었다면 나는 아마 더 우울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학원 문턱에 서성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건 내 길일까?’ 두근거리는 순간만으로도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그렇게 기웃거리면 뭐가 남아요?”
그러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추억이 남죠. 그리고 수강료 할부가 남죠.”
인생은 꼭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법은 없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를 깊이 파고, 나는 여러 우물을 얕게 기웃거린다.
어쩌면 언젠가 그 얕은 우물들이 연결되어 뜻밖의 샘물이 솟아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내일도 기웃거릴 것이다.
어차피 인생에서 남는 건 추억… 아니, 카드 명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