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현철의 노래 <봉선화 연정>처럼, 우리 집에는 유난히 섬세한 봉선화 두 송이 꽃이 산다. 바로 남편과 아이, 나는 이들을 ‘봉선화 부녀’라 부른다. 손만 스쳐도 “톡” 하고 상처 입는 꽃잎 같아서다.
사실 남편은 연애 시절부터 그랬다. 다투다가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그 눈물이 나를 붙잡았고, 결국 결혼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살아보니 남편의 눈물은 특별한 순간에만 터지는 게 아니었다. 사소한 말다툼에도, 서운함이 스칠 때에도 흘러내렸다. 그 앞에서 나는 늘 단호한 척하다가도 결국 마음이 약해져 사과를 하곤 만다.
아이까지 태어나자 상황은 더 흥미로워졌다. 아이가 아빠를 빼닮아 눈물도 많고 감수성도 풍부한 것이다. 그러니 나 혼자만 번개처럼 성격 급하게, 경상도 사람이라 말이 짧고 직설적이다 보니 이 집에서 늘 ‘나쁜 사람’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어디 외출을 가려면, 나는 현관에서 최소 10분을 기다린다. 신발끈 묶는 데 3분, 장난감 고르는데 5분,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서 포즈 취하는 데 또 2분. 결국 내가 폭발한다.
“안 가냐! 얼른 가자!”
현관 앞에서 기다리다 못해 소리라도 치면, 둘은 동시에 삐친 얼굴로 돌아서 버린다. 그럼 또 내가 달래야 한다.
나는 서툴고 투박하다. 하지만 이 봉선화 부녀가 있어 내 거친 모서리가 둥글어지는 것 같다. 서로 다른 결이 모여 하나의 무늬를 만드는 게 가족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운다.
솔직히 피곤할 때도 있다. 하지만 또 이 집이 웃음이 많은 것도, 따뜻한 것도, 다 이 울보 봉선화 덕분이다. 남편 덕분에 아이는 작은 벌레 하나 죽어도 마음 아파하고, 친구가 울면 같이 울어줄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났다. 투박한 나로선 절대 만들어줄 수 없는 성품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결심한다. 봉선화 부녀, 내가 정성껏 물 주고 햇빛 조절해주며 잘 키워주리라. 단, 딱 하나의 조건! 제발 현관 앞에서만큼은 선인장처럼 좀 빨리 튀어나와 주길. 그렇지 않으면… 이번엔 내가 톡 하고 터질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