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등원거부는 없다.

43개월의 행복

by 연목

7월에 이사를 하면서 아이 어린이집도 바꿨다.
굳이 계속 보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사정이 겹쳤다.

방학이 너무 길고, 아이가 매번 등원차를 타야 했으며, 무엇보다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아이에게서 상처를 봤다.


“엄마… XX가 물었어.”

물린 자국과 무릎에 멍이 있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으니 눈이 말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상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너졌다.


사실 나는 이런 상처를 가벼이 여겼었다.


새로운 어린이집에 큰 기대는 없었다.

내년 유치원 가기 전까지 단 6개월 정도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너무 잘 적응하고 있었다.


“엄마, 오늘 친구랑 장난감 같이 갖고 놀았어!”
“정말? 잘했네!”

단 두 달 만에 아이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키도 3cm 이상 자랐고, 밤 12시까지 울며 잠들던 아이가 요즘은 10시 전후에 스르르 잠든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자리 잡은 것이다.


전에는 아침마다
“내일 어린이집 가야 돼? 어린이집 싫어!”
라며 떼를 쓰던 아이였다. 아침마다 곡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밝은 얼굴로 등원하고, 하원할 때는
“내일 또 올 거야!”
라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작은 변화까지 정확히 알아차리신다.

“어머니, 혹시 어제 코피가 났었나요? 아이 코를 닦아줬는데 피가 살짝 보이네요.”
“아침에 보니 목 아래 상처가 있어요. 손톱이 조금 긴 것 같아요. 잠결에 긁은 것 같아요.”
“요즘 시금치도 잘 먹고, 편식 습관도 많이 좋아졌어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던 아이가 요즘은 명랑하고, 가끔 친구들을 챙기기도 한다.

아이의 내성적인 성향은 내게 늘 큰 고민이었는데, 선생님의 세심한 관찰 덕분에 집에서도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는 집에서도 자주 내게 뽀뽀를 해준다.
“엄마, 사랑해!”
아이의 작은 애정 표현 하나에도 하루가 따뜻해진다.


물론 이 어린이집이 완벽한 건 아니다.

영어 수업도, 체육 활동도 많지 않고, 놀이터도 없다.

화려한 시설을 자랑하는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원복도 없고, 키즈노트에는 하루 일과가 한두 줄만 기록된다.


처음엔 이런 단조로움이 아쉽기도 했다.
“다른 어린이집에는 이런 것도 있던데…”
하며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화려함이 아니라,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사람들과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아이의 웃음, 매일 즐겁게 어린이집에 가는 모습, 그리고 작은 성장 하나하나를 알아주는 선생님들.

그것이 지금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경험이다.


“엄마, 오늘 재미있었어!”

그 한마디가 하루 종일 마음을 채운다.


때로는 단순함이 답인 것 같다.

화려하고 복잡한 것들 사이에서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이의 작은 어린이집에서, 나 역시 육아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배우고 있다.


그리고 깨달았다.

“결국, 아이가 행복하면 되는 거구나.”

작은 어린이집, 단순한 일상, 그리고 아이의 웃음. 그 안에 진짜 행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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