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도서관 3층 작은 강의실.
나는 늘 손수건을 두 장씩 챙겨간다.
글쓰기 수업의 필수품이니까.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마트폰으로 짧게 끄적이던 나에게 이 교실은 낯선 세계였다.
50대부터 70대까지, 인생의 깊은 골을 지나온 여성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내가 여기서 제일 막내네." 괜히 주눅이 들었다.
첫 수업 주제는 '엄마'였다. 또 엄마 이야기라니, 너무 뻔한 소재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한 분, 두 분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난해서 생일상은커녕 미역국 한 그릇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딱 한 번, 엄마가 몰래 끓여주신 미역국이 있었어요. 그 짠맛이 아직도..."
목소리가 떨렸다. 강의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집 앞 골목을 돌 때마다 '밥은 먹었니?' 하시던 그 목소리가 들려요."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같은 '엄마'였지만 각자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다른 우주였다.
피드백 시간이 가장 어려웠다. 처음엔 "이 문장 좀 줄여보세요"라는 말에 괜히 기분이 상했다.
선생님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지적질을 하나 싶어서. 마치 옷을 다 벗고 무대에 선 기분이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깨달았다. 교만했던 건 나였다.
이분들의 글에는 화려한 수사법도, 트렌디한 키워드도 없었다.
대신 삶의 무게가 있었다.
진심이 있었다.
맑은 숭늉 같은 글들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어느 날, 한 할머니가 남편을 떠나보낸 이야기를 읽으셨다.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마지막에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 못 했어요. 그게 가장 후회돼요."
그 순간 교실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러다 누군가 손수건을 꺼냈고, 연쇄반응처럼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
그녀들의 글에서 배웠다.
진짜 글쓰기란 화려한 기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한 문장, 진심이 담긴 단어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는 것을.
이제는 나는 토요일만 기다린다.
손수건을 두 장 챙겨서 그 교실로 향한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며,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닮아간다.
글은 결국 삶을 닮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글을 통해 서로의 삶을 주고받는다.
손수건이 교재인 이 특별한 교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