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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린 Aug 14. 2023

Part4. 독일에 가야해

프랑크푸르트와 천국

파리의 마지막 날. 예정보다 하루 일찍 이동을 준비했다.

프랑스 연금개혁파업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파업이 시작되면 지하철도 버스도 이용할 수 없다.

다음 행선지로 가는 프랑크푸르트행 TGV는 이미 자동 취소되었기에 부랴부랴 나이트버스를 예약했다.


파리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장장 9시간을 이동했다. 이상한 손님들과 친절한 옆자리 아저씨가 탄 버스.

8시간을 한 자리서 꼼짝않고 숙면을 취하고 나니 새벽 해가 떠올랐다. 나는 반쯤 눈을 감고 웅크린 채 기지개를 켰다.


한산한 프랑크푸르트의 시내에서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트램까지 걸었다.

유럽행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을 기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려한 파리보다 한산한 독일 마을에 서있으며 왠지 안도감이 생겼다.

나는 발도르프학교 참관연수에 참여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번 유럽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나를 제외한 20여명의 한국인 선생님들이 이제 막 독일로 오고 계시는 중이었다.


트램을 타고 숙소로 향하는 중 도로에서 작은 사고가 생겼는지 트램은 한참을 멈춰서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차분히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나만 유일하게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5분쯤 지나 트램이 천천히 출발하며 기사아저씨께서 한 마디를 하시니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무슨 일이에요?”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께 여쭈니 “그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고 하셔서 모두가 안도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금세 트램에 탄 사람들과 유대감이 생겨버렸다.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향했다.

괴테하우스 전시를 보고, 뢰머광장을 걸었다.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있었다.

독일사람들을 따라 따뜻한 굴라쉬를 먹고 카푸치노 한 잔을 샀다.


뢰머광장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샤갈전시.

망설임 없이 들어간 전시장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득했다.

멋진 노인들이 모여 그림을 감상하고 토의하고 박수를 쳤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나는 샤갈의 그림을 보면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감상했는데,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샤갈의 노랑 파랑 초록 빨강의 향연 속에서 허우적 대다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한국에서 막 도착한 20명의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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