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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스키펄 Jul 10. 2024

눈치

자꾸 눈치 보는 삶

오늘은 등교시키고 나도 모르게 침대로 흐트러져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나태해지면 불안하다.

잠을 잔다는 건 내 기준에서 절대적 나태함이다.

그런데 요 며칠  잠이 부족했는지 오늘은 알람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여, 스스로에게 꼭 필요했던 잠을 보충한 것이라  합리화를 하며 일어났다.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잠을 깨본다


점심을 먹으려고 뒤적이는데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며  쫌 자라 얘기한다.

금방 자고 일어났다고 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했다.

나원참, 무슨 큰 죄라도 지었나.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신랑에게 차마 3시간 잤는데라고 낭창하게 받아칠 뻔치가 없었다. 집에서 전업주부로 취직했으니 당당하자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역시 돈이 무서운 것인가.

신랑 앞에서는 늘 뭔가 이유 없는 눈치를 보게 된다.


무더운 계절에도 혼자 있을 때는 선풍기를 더 찾게 되고,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빈번하다.

가끔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우리 가족의 번영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되새기며,

사한 점심을 시켜 먹자 하면서 배달앱을 켠다.

배달비도 봐야 되고 최소주문금액도 맞추다 보면 이럴 거 그냥 냉장고에서 해결하자 싶다.

하, 처녀 때는 집에서 주부생활하면서 끼니를 대충 해결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절대 그렇게 안 살아!!! 했었는데

그렇게 살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렇겠지.


그러면서 도착한 택배를 보며 생각한다.

신랑옷 아이옷은 늘 얼마니(알마니) 사주고

내 옷은 자라 세일기간에 딱 맞춰 그것도 가격비교에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고르고르지만

여자는 가방도 있고 구두도 있고 뽐낼 옵션이 많으니

이러는 것이라 또 합리화를 한다.


살다 보면 절대 안 해야지 공식은 무산된다.

절대 안 하고 절대 하는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나만의 절대적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한 내 모습이

요즘 가끔 그려져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린 시선으로 봤던 어른들의 모습이, 어찌 보면 당연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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