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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Apr 27. 2023

뒷짐지면 가슴이 펴질까?

거북목, 둥근 어깨, 운동, 어깨뼈 뒤당김 운동, 뒷짐

여러분들은 일상에서 언제 뒷짐을 지시나요?


느긋하게 산책하기 위해 걸음 속도를 늦추려고 뒷짐을 지거나,

양손을 어디에 놓을지 몰라 어색해서 뒷짐을 지기도 하고,

또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손이 등 뒤로 가 있기도 하죠.

저처럼 배가 나온 분들은 배 앞으로 이동한 무게중심을 뒤로 옮기기 위해 뒷짐을 지거나,

구부정한 자세를 고치기 위해 가슴이나 허리를 피려고 뒷짐을 지는 분도 있을 겁니다.


심리적으로는 ‘양반 자세’라고 하여 여유를 표현하거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하기도 하고,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사건에 관하여 관심을 두지 않거나 모른 체한다'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뒷짐을 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무의식적이거나 또는 의식적인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여기선 뒷짐을 지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뒷짐 지는 자세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중력이 우리 몸을 수직으로 지나는 가상의 선을 중력선(line of gravity)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을 옆에서 봤을 때(시상면), 정상적인 중력선은 귀 뒤쪽의 머리뼈에 있는 돌기를 지나 어깨의 가쪽에 있는 봉우리(acromion)를 지나며, 이어서 2번 엉치뼈 앞, 엉덩관절 뒤, 무릎관절과 발목관절 앞을 차례대로 지나서 바닥과 이어집니다. 내 몸의 중력선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척추의 만곡(curve)을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과도하게 근육의 힘을 사용하지 않아도 바로 서 있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내 몸의 중력선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근육의 힘을 사용해야 바로 선 자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바른 자세가 나를 편하게 하는 것인지, 내가 힘들어도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앞을 보고 생활하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배앞쪽으로 이동하기 쉽습니다. 앞으로 걷고, 앉아서는 커피를 마실 때나 스마트폰을 볼 때 항상 앞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또한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대부분 관절을 앞으로 굽혀서 힘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머리와 허리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까지 앞으로 기울이게 되니 무게중심은 점차 배 앞으로 이동하게 되고, 배앞쪽에 있는 근육들만 주로 사용하다 보니 등뒤쪽의 근육들은 늘어나기만 하며 계속 약화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중력선 내에 내 몸이 있게 하기위해서는 등뒤쪽 근육의 과도한 힘을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등뒤쪽에 있는 근육들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면, 배앞쪽으로 이동한 무게중심을 등뒤쪽 근육이 더는 감당하지 못해서 구부정한 자세가 되는 것입니다.


이 구부정한 자세는 나이가 들어서 뿐만 아니라 평소 습관적으로 부적절한 자세를 취할 때도 나타납니다.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나타나는 영상단말기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 VDT syndrome)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거북목(turtle neck) 증상으로, 책상에 오래 앉아 있거나, 몸을 앞으로 숙여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등쪽의 양쪽 어깨뼈가 척추를 사이에 두고 서로 멀어지고 가슴 앞쪽 부위가 좁아지는 둥근 어깨(round shoulder)의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때 무게중심이 배 앞쪽으로 이동하여 정상적인 중력선을 벗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구부정한 자세에서 어깨관절은 안쪽돌림과 모음 상태가 됩니다. 이 자세에서 어깨관절을 사용한다면, 어깨밑근(subscapularis), 큰가슴근(pectoralis major), 넓은등근(latissimus dorsi)과 같은 어깨관절 안쪽돌림근들이 계속해서 짧아지게 되며, 어깨관절의 움직임에 항상 안쪽돌림 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게다가 어깨뼈(scapular) 내밈(protraction)앞쪽경사(anterior tilt)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깨관절 안쪽돌림 상태에서 어깨관절의 벌림 동작을 하면, 위팔뼈의 큰결절이 어깨뼈의 봉우리아래공간과 부딪혀서 어깨관절 충돌(impingement)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등뒤쪽 근육의 강화를 통해 어깨뼈를 원래 위치로 돌아오게 만드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뒷짐 지는 자세가 가슴을 펴고 허리를 세워서 자세를 바르게 하며, 머리도 들려서 시야가 넓어지며 거북목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뒷짐 지는 자세만으로 머리와 가슴과 허리를 바로 펴지는 못하지만, 의식적으로 뒷짐과 함께 머리와 가슴과 허리를 움직인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뒷짐으로 머리와 가슴과 허리를 펼 수 있다고 해도, 어깨관절은 여전히 안쪽돌림 상태로 있게 됩니다.


지금 뒷짐 지는 자세를 해보며 어깨관절을 관찰해 볼게요. 어깨관절이 안쪽돌림(internal rotation)이 되나요 아니면 가쪽돌림(external rotation)이 되나요? 뒤짐 진 자세에서 어깨앞쪽을 향해 있으면 안쪽돌림, 뒤쪽을 향해 있으면 가쪽돌림입니다. 구부정한 자세일 때도 어깨관절은 안쪽돌림되지만, 뒷짐 지는 자세에서도 어깨관절은 안쪽돌림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물론 힘을 주어서 어깨와 아래팔을 가쪽으로 돌리면서 뒷짐을 질 수는 있지만 손을 맞잡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므로 뒷짐 지는 자세가 여전히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어깨관절은 항상 안쪽돌림 로 유지되기 때문에 어깨관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가쪽돌림(external rotation): 해부학적 자세에서 수평면을 기준으로 등뒤쪽으로 가까워지는 움직임
안쪽돌림(internal rotation): 해부학적 자세에서 수평면을 기준으로 앞쪽으로 가까워지는 움직임
앞에 선생님이 계실 것만 같은 건 기분 탓일까....


그래서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뒷짐 지는 자세 대신에 머리와 가슴과 허리뿐만 아니라 어깨관절까지 바른 자세로 정렬할만한 운동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음 동작을 따라 해 보세요. 어깨관절은 모음 동작으로 위팔뼈(humerus)를 옆구리에 딱 붙이고, 팔꿉관절을 90도로 굽히며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도록(뒤침, supination) 자세를 취해보세요. 그리고 양손이 서로 바깥쪽으로 멀어지게 해 봅니다. 


이때 양손이 멀어지는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등쪽의 양쪽 어깨뼈가 척추에 가까워지도록 힘을 줘보세요. 양쪽 어깨뼈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양손도 따라서 멀어질 것입니다. 양손은 단지 무게와 방향을 가리키는 역할로 거들 뿐이고, 양쪽 어깨뼈를 척추를 중심으로 모으는 게 핵심입니다.


따라 해 보셨나요? 혹시 '나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느낌의 동작이 나오시나요? 그래서 이 운동은 'no money exercise'라고도 하는 어깨뼈 뒤당김 운동(scapular retraction exercise)입니다. 양쪽 어깨뼈를 모으고 1초 유지하고 힘을 빼는 것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머리도 들리고, 가슴과 허리도 펴지고(배는 안 나오게 해 주세요;;), 자연스럽게 어깨관절도 가쪽돌림되며 양쪽 어깨뼈도 등쪽으로 가까워져서 거북목둥근 어깨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양쪽 어깨뼈의 움직임 없이 어깨관절만 가쪽돌림하는 경우엔 머리와 가슴이 펴지지 않아요;;). 이 동작은 앉거나 서거나 걸을 때 언제든 할 수 있고, 아령과 같은 부하 없이 팔의 무게를 사용해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운동은 마음먹고 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 최고인 것 같아요.

양팔은 거들뿐...
오늘은 뒷짐 대신에 어깨뼈 뒤당김 운동을 하며
가볍게 산책해 볼까요?


<이 글을 읽고 아래 내용을 생각해 보세요>


1. 여러분은 언제 뒷짐을 지시나요?

2. 뒷짐 지는 자세를 할 때 오히려 자세는 더 앞으로 구부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어깨뼈 뒤당김 운동 시 어깨뼈만 뒤당김 하기 위해 양팔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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