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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May 16. 2023

우리만의 약속

해부학적 자세, 축과 면의 관계

앞서 몇 가지 일상속의 물리치료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죠?

     

제 글에서 자주 나오는 '해부학적 자세, 시상면, 이마면, 굽힘, 폄'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용어들로 내용을 설명하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우실 것 같아서 용어정리를 하는 부분을 만들어봤습니다.


의학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없지만, 병원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위해서 의학용어를 사용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김사부가 그리워지네요...). 병원에서는 환자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의사, 약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각자 맡은 역할을 처리하기 위해 상호 긴밀한 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며, 긴박한 상황에서 빠른 소통을 위해 간결하고 명확한 용어가 필요할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공통된 의학용어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각 부서로 공유하고, 각 부서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곧바로 맡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각 부서에서 서로 같은 의미의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면, 환자는 의사부터 약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의무기록사, 물리치료사를 만나는 동안 매번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의학용어를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로, 우리 몸은 자세에 따라 부위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어깨관절의 위쪽 부분에 통증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위쪽(superior)이란 일상에서 하늘 쪽을 바라보는 곳이기 때문에 환자가 바로 서 있다면 어깨관절을 으쓱할 때 올라오는 부위에 통증이 있다고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바로 누워 있다면 가슴부위가 위쪽을 보고 있기 때문에 가슴부위 근처 어깨관절 부위(상대방이 팔베개하는 부위 근처)의 통증이라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가 옆으로 누워 있다면 어깨관절의 옆쪽(영화 볼 때 상대방이 머리를 기대는 쪽)을 위쪽이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환자의 어깨관절의 굽힘(flexion)에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어깨를 양가쪽으로 벌리는 것이 굽힘인지, 아니면 앞으로나란히 하는 것처럼 들어 올리는 것이 굽힘인지 정의가 되지 않으면 환자와 치료사 모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자의 자세와 움직임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므로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병원구성원 간 또는 환자와 병원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의 부위나 움직임을 같은 용어로 표현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해놓은 해부학적 자세(anatomical position)라는 약속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해부학적 자세바로 선 상태에서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며, 양팔은 손바닥이 시선 방향과 함께 앞을 보도록 하고, 양발은 모은 상태인 자세입니다(아래 그림처럼 따라 해보세요). 해부학적 자세에서 얼굴 정면과 배가 있는 쪽을 앞쪽(anterior)라고 하며, 머리 뒤쪽과 등이 있는 쪽을 뒤쪽(posterior)라고 하고, 머리를 향하는 쪽을 위쪽(superior) 또는 머리쪽(cranial)이라고 하며, 다리를 향하는 쪽을 아래쪽(inferior) 또는 꼬리쪽(caudal)이라고 합니다.     

 

안녕 나는 베이맥스야.

이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움직임의 축과 면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모든 관절은 축(axis)을 중심으로 돌림(rotation)하며, 관절이 돌림 할 때 뼈가 스쳐 지나가는 면(plane)을 따라 움직입니다. 제자리에서 도는 팽이처럼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팽이가 축에 수직인 면을 따라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축과 면은 항상 수직의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몸을 위와 아래로 나누는 면을 수평면(horizontal plane)이라 하고 이와 수직인 축을 수직축(vertical axis)이라고 하며, 우리 몸을 앞과 뒤로 나누는 면을 이마면(frontal plane)이라고 하고 이와 수직인 축을 시상축(sagittal axis)이라고 하며, 우리 몸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는 면을 시상면(sagittal plane)이라고 하고 이와 수직인 축을 이마축(frontal axis)라고 합니다.


시상(sagittal)은 화살 모양이라는 뜻으로 우리 몸의 머리뼈가 완전히 성장하기 전인 1세 이전의 머리뼈엔 앞과 뒤쪽에 숫구멍이 남아있게 되는데, 앞숫구멍(anterior fontanel)이 화살촉과 같은 모양 크게 형성되어 있고, 양쪽의 마루뼈(parietal bone)가 만나는 경계가 화살대와 같은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둘을 합치니 화살 모양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머리뼈를 왼쪽과 오른쪽의 경계를 나누는 명칭이 되었습니다(별자리인 사수자리의 명칭도 sagitta입니다).

이마(frontal)는 머리뼈의 앞쪽에 있는 이마뼈(frontal bone)의 뒤쪽 경계선과 양쪽 마루뼈의 앞쪽 경계선이 만나는 부분이 머리뼈를 앞쪽과 뒤쪽의 경계로 나누는 명칭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자세에서 축과 면의 관계를 이용하여 인체의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수평면을 따라서 움직이는 동작에는 우리 몸의 척추뼈 방향으로 앞쪽으로 돌림 하는 안쪽돌림(internal rotation)과 우리 몸의 척추뼈 방향으로 뒤쪽으로 돌림 하는 바깥쪽돌림(external rotation)이 있습니다. 이마면을 따라서 움직이는 동작에는 관절의 두 뼈가 멀어질 때는 벌림(abduction)과 관절의 두 뼈가 가까워질 때는 모음(adduction)이 있으며, 시상면을 따라서 움직이는 동작에는 관절의 두 뼈가 앞쪽으로 가까워질 때는 굽힘(flexion)과 관절의 두 뼈가 뒤쪽으로 가까워질 때는 폄(extension)이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해부학적 자세를 약간 변형하여 세 개의 면과 축에 대한 대표적인 움직임을 표현해봤습니다. 그림과 같이 머리가 오른쪽으로 돌 할 때, 지면에 수직으로 형성된 수직축을 중심으로 수평면을 지나가는 움직이고, 왼쪽 어깨관절을 벌릴 때, 시상축을 중심으로 이마면을 지나가며 움직이고, 오른쪽 엉덩관절과 무릎관절을 굽힐 때, 이마축을 중심으로 시상면을 지나가며 움직입니다.


색을 따라 동작이 지나는 면과 축을 확인해 보세요.


어떤 모임이든 그 안에 그들만의 약속이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 약속을 지킬수록 구성원들과 이해도가 깊어지고 모임에 소속감을 커지게 되죠. 해부학적 자세도 일종의 우리만의 약속입니다. 환자의 움직임에 대해 내가 설명하는 말들을 상대방이 쉽고 빠르게 이해했을 때, 소속감과 함께 나의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만의 약속, 그 약속을 지켜줄 내 여러분들~     


<이 글을 읽고 아래 내용을 생각해 보세요>


1. 해부학적 자세를 직접 해보세요.

2. 두 번째 사진처럼 동작을 따라 해 보며 머리, 어깨, 다리가 어떤 면과 축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설명해 보세요.

3. 마지막 문장은 어떤 노래의 가사 인용했을지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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