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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예비작가 Dec 11. 2023

드라이브

내가 가진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다.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어디론가 떠난다.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그저 내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시간을 달리듯 길을 보고 달린다.

오늘의 날씨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보이는 길을 따라서 시간을 달리듯 길을 따라간다.

보이는 그 길이 끝날 때까지, 난 달리고 싶다.


음악 소리를 평소와 다르게 볼륨을 높여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었고, 난 오직 내 차 안에, 지금 내 공간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만 듣고 싶을 뿐 그 이외에 다른 소음에서 난 벗어나고 싶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에도, 비가 내리는 어느 좋은 날에도, 아니면 흐린 하늘의 그저 그런 날에도 상관없이 그냥 나는 떠난다.


진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하고, 차 안 가득 커피 향으로 가득한 그날에 내 지금 기분은 지금에 맞게 길을 떠난다.

차 안에서 들리는 음악들이 어떤 것은 빠르고, 어떤 것은 조용한 듯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으로, 난 내 차 안을 오직 높은 볼륨의 음악으로 가득 채워 듣는다.

내가 순서를 정하지도 않았고, 그저 흘러나오는 대로 듣는다.

처음에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따라 부르기도 한다.

내가 가수인 듯 최선을 다해 목청이 터지도록 부른다.

그렇게 시간을 달리듯 길을 따라 달리던 어느 순간에 무료함인지 아니면 우울함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순간, 나는 묵묵함에 알 수 없는 감정 상태로 빠져들어 버렸다.

내 차 안에 가득하게 울려 퍼지는 크게 틀어진 음악 소리에서도 난 알 수 없는 멀어짐을 느낀다.


시간을 달리듯 길을 달리다 잠시의 여유를 찾기 위해 들른 휴게소에서 희뿌연 담배 연기를 새벽안개처럼 가슴속 깊이에서 뱉어 낸다.

이른 시간에 들른 휴게소라서 사람들은 많이 없어, 한적하고 개방된 모습이 나만을 위한 곳처럼 느끼는 나만의 착각을 잠시 해본다.

새벽안개처럼 뱉어낸 담배연기를 끝내고, 잠시 멈춘 시간과 길을 나는 다시 달린다.


옆으로 스치는 나무들과 저 멀리 보이는 산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들을 내 눈으로 담아본다.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의 가장 낮은 곳에서 그 해가 가장 높은 하늘을 향해 오르는 모든 순간을 시간을 달리듯 길을 달리며 지켜본다.

처음 출발할 때의 어둠은 점점 사라지고, 아침의 동트는 새벽녘에 날이 밝아오는 아침을 지금 내가 가는 길과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지금 달리는 길이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내가 가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떤 이유에서 이 길을 가는지 난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달리듯 길을 따라 달린다.


오늘은 이 길을 선택했을 뿐 다른 이유가 없다.


내 삶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똑같은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잊히듯 사라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도 이젠 시간이 지나 더 이상 기억나지도 않는다.

난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포장하듯 말할 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지금은 나 자신도 자신할 수 없다.

그냥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삶의 목표와 꿈이 있었다.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인지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목표와 꿈도 그리고 사고 싶은 것도 조금씩 사라져 버렸다.

이런 내가 어떻게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고 싶은 것이 없어도, 가끔은 내가 사는 목표와 목적이 작지만 뚜렷하게 보이길 나는 원했다.


지금처럼 내가 길을 달리는 것과 같이, 내 삶도 그냥 보이는 것만 보고 달리고만 있다.

목적 없이 보이는 것만 보고 달리다 힘들면, 새벽녘 안개처럼 희뿌연 담배 연기만 길게 뱉어내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러는 시간들이 너무 오래되어, 이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지금 내가 달리는 길 위에서 그냥 앞만 바라볼 뿐, 처음처럼 노래에 빠져 있거나, 노래를 열창하거나, 어깨춤을 추는 그런 일은 이제는 없다.

무료함과 지루함은 분명 아닌데, 처음에 내 기분과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아침에 떠오르던 태양은 어느새 내 머리 위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하얀 구름이 흘러가면서, 태양의 햇살을 살짝살짝 가려준다.

지금의 날은 밝고, 하늘의 구름은 아주 큰 솜사탕처럼 폭신해 보인다.

한 번은 꼭 잡아보고 싶은 그런 크고 폭신한 구름이다.

크고 폭신한 그 구름은 조금도 성급하게 흐르며 달리지도 않는다.

그 구름은 빠르게 달려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구름은 지금 흐르는 길이 끝나는 곳까지 바람을 타고 시간이 흐르듯 그렇게 가볼 생각인 듯 보인다.

결코 조급하거나 성급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렇게 흐르고 있어 보인다.

내가 지금 달리는 길을 저 큰 구름이 이끌어주는 듯한 생각으로 나는 달린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그 크고 폭신한 구름이, 나를 이끌 듯 같은 방향으로 나와 함께 흘러가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반가운 길 동무를 만난 듯 편안함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함께하던 그 길 동무는 나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우린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처음 만난 사람들, 오래 만난 사람들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매일 나와 함께 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도, 어느 사람들은 그냥 오랜 시간 아무런 감정도 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만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면, 그런 안부를 묻는 것도 없이 가벼운 인사로만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처음 만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서로에게 조금은 소홀해졌고 서로에게 무관심한 순간의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그런 사람과 멀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부러 그 사람들을 멀리하려 한 것은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우린 소홀함과 무관심에서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과도 오랜 기간을 만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그런 사람들과 멀어질 거라는 생각도 못 하고, 우린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된다.

시간을 달려온 지금에서야 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멀어지고 있었다.

지금 난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한 소홀함과 무관심을 느끼며, 그런 시간들로 채워진 날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순간부터 조금씩 멀어진 거리가 얼마 큼인지, 난 그 무엇도 알 수 없어 그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어색하고 불편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 사람들과 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가끔은 그 사람들이 나에게 편하게 말을 걸어온다.

나도 가끔은 편하게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서로 친하거나, 불편함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려, 그들에게서 지금껏 느끼던 어색하고 불편함이 나에게 익숙해져, 더 이상은 불편함과 어색함을 조금은 유연하게 느끼며, 그들과 어울리고 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고, 어색한 미소만 주고받을 뿐이다.

왜 모든 것들이 처음 시작하는 마음과 끝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처음 그 마음이 같을 수 없을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한다.

분명 처음부터 그 사람들이 싫은 것도 아니고, 처음이라 어색함은 있겠지만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처음 드라이브를 시작하면서 차 안 가득 채워진 음악소리에 흥얼거리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무료함과, 우울함에 나도 모르는 감정에 빠져, 더 이상 노래에 반응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내 옆에 있는 지금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고마워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처음과 다른 나를 발견한다.

차를 운전하면서 어디론가 여행을 또는 드라이브를 한다는 설렘과 기쁨도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마음과는 다른 나를 발견한다.

난 나 자신에게도 한결같은 마음을 꾸준하게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마음과 꾸준함을 유지하며, 처음 그 마음으로 변함없이 나를 대하길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장 친한 사람들은 내가 어떠하든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은 실망스러운 일들도 있지만, 아무 일 아닌 듯 아주 쉽게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그런 사람도 있다.


난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달려 어느덧 목적지 아닌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처음 출발할 때 설렘과 기쁨이 다시 찾아온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무료함과 우울함 그리고 힘듦의 시간들 속에서 도착하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지워지듯 사라진다.

생각해 보면 나는 가끔 불편하고 전혀 친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뜻하지 않게 나에게 도움을 주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마음과 놀라움이 내 안에 공존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이 사람하고 친했었나?” 나는 생각하고 질문한다.

내가 모르던 내 모습에 나만 불편하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 사람은 자신과 다른 나의 모습이 본인에게는 지금까지 불편하진 않고,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사실과 다르게 내가 해석하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과, 내가 피부로 느끼는 모든 것이 사실과 전혀 다르게 내가 가진 잘못된 편견으로, 그것을 평가하듯 생각하고, 평가하듯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 많이 늦었지만, 알게 된다.


내가 가진 편견과 오만함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사실과 다르게 해석해서, 잘 못된 편견으로 이해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난 큰 고통이라 피부로 느끼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지금까지 내가 가진 편견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 생활과 습관에 익숙해져 지금까지 내가 가진 편견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어떤 것이든 하나는 고치고 싶다.

처음 보는 순간이든, 어떤 순간이든 내가 편견 없이 먼저 인사를 건넬 수 있는, 편견 없는 그런 나로 이제는 변화하고 싶다.

그런 편견 없는 변화의 시간들이 나의 생활 속에 채워진다면, 어쩌면 지금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어색했던 공간이 사라질 것이라 믿고 싶다.

내가 가진 편견에 작은 변화를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결코 그 변화의 시작이 처음에는 작을 수 있으나, 편견 없이 사실을 보고, 내가 그 사실을 받아들여 변화되는 시간들이 지나면, 앞으로 내가 볼 모든 것에서 편견 없는 나의 생활 그리고 편견 없는 모든 시간이 채워진다면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시간이 결코, 하루아침에 성장하고 만들어진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 오랜 시간에 습관처럼 쌓인 경험과 축적의 시간으로 알 수 없는 수많은 편견을 가진 내가, 편견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나조차도 불편하다.


난 그렇게 내 주변에 사람들에게 조금은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하늘에 떠있는 푸른 하늘의 흰 구름, 한 번은 잡아보고 싶은 그런 푸른 하늘의 흰 구름처럼, 서로의 가는 길에 말없이 함께하는 오래된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기억되고 싶다.

서로의 작은 실수도 이해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으면 걱정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다.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고 싶다.

어쩌면,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난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그래 넌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내일이 오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넌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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