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견뎌내야 할 시간들

by 김동환 예비작가

어느 날에, 그날은 흐리지 않았다.

가을의 향기를 조금씩 풍기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나에게 조용하고 햇살이 따뜻한 그런 어느 날이었다.

난 오늘 계획한 어떤 일도 없는 그저 평범한 날이지만, 무언가 나아갈 길을 잃은 그런 어느 날이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그날 난 무언가를 찾듯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잘 차려입은 나는 차를 몰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나왔다.

가을의 향기를 품고 있던 그날에, 햇살의 따뜻함이 가득했던 그날에, 난 모든 것이 두려웠다.

가을의 향기를 코끝으로 전해지듯 향기를 느끼면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햇살의 따뜻함이 내 피부로 전해져 난 그 따뜻함을 느끼면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향기도 그 따뜻함도 그날에 난 그 어느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이 싫었다.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싫었다.

그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들이 싫었다.

그들의 웃는 모습도 표정도 모든 것이 싫었다.

도로 위 빠르게 지나는 차들을 보면서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으며, 무엇인지 모르는 그 무엇이 내 심장을 움켜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숨을 쉴 수 없이 답답했고,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내 몸은 점점 움츠려 들었고, 그럼에도 나는 내 몸을 계속 움츠리려고 온 힘을 다해 고통스럽게 더욱 움츠리려 했다.

그렇게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과,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 속에서, 난 계속 몸을 움츠리며 내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찾아온다.


무언가 내 몸을 짓누르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덥지 않았던 그날에 난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언제부터인지 모르는 사이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아니 30분 어쩌면 3시간을 그 어느 시간 동안 내 몸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던 어떤 시간쯤에 난 그제서야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딜 갈 수 있는지, 난 그 어떤 결정도 선택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익숙한 곳으로 향했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생각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한낮에 내 집은 아무도 없는 조용함과 고요함이 가득한 편안한 도피처였다.

그날 난 조용하고 고요함이 가득한 내 집에서 이젠 고통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들,

매일 계속되는 심장을 쪼이는 고통과 숨이 막히는 답답함과 내 몸을 짓누르던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매일 반복되는 그 순간들이 너무 힘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을 난 그 순간들에 빠져 있다.

시간을 정해서 그 고통의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었고, 한번 찾아온 그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날 방법도 힘도 나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순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난 그 순간들을 그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나 자신을 그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난 방법을 몰랐다.

무엇으로 어떻게 내가 그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 쉴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다.


그냥 쉬고 싶고, 내 몸이 조금 편해졌으면 했다.

내가 절벽 끝에 서있을 때 그 누구라도 날 툭 밀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떨어지는 순간 난 내 몸이 가벼워지고 움츠린 내 몸이 넓게 펴질듯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방법을 몰랐다.

정말 내 몸이 아주 조금만 편해졌으면 했다.

지금보다 조금만 편해졌으면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에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내 소리를 들어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거였다.

내가 소리치고 몸부림침을 들어주고 봐줄 수 있는 유일한 그런 사람에게 난 전화하는 것이 유일한 출구였다.

가끔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서 울고 들어 달라고 말했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형에게 전화해서 울며 내 몸부림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고, 나에게 소리치며 호통치지 않았다.


내가 소리치고 몸부림치며 울고 있을 때 나와 같이 호흡을 하면서 내 소리를 들어줬다.

나와 호흡을 함께하며, 내가 편안함을 찾아 안정할 수 있도록 그들은 나를 안타까워했다.

난 그렇게 그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어떻게든 지금의 고통에서 그리고 답답함에 몸부림치는 이 순간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에 나는 그렇게 다시 들어온 내 집에서 고요함이 가득했던 그날의 내 집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만 머리에 소용돌이쳤다.

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오직 하나의 생각인 그 하나가 날 아주 오래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며, 지금 내가 유일한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유일하게 선택한 것이 어떤 결과로 남을지 그걸 생각할 여유가 나에게 없었다.

그 선택으로 내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나에게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난 정말 오직 하나의 생각인 “그저 오래 쉬고 싶다"라는 생각뿐이었다.

갈증 때문일까? 아니면 답답함 때문일까?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 하나를 짚어 들고 한 번에 쉼 없이 다 마셔버렸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시원함이 내 온몸에 전해진다.

순간 전해지는 시원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해방감으로 나에게 찾아왔다.


잠 못 드는 시간들에서,

머릿속에 스치듯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아주 짧은 시간 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는 순간에, 그 사람들이 내 눈앞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왠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고, 그들에게 알 수 없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눈물이 되어 지금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나에게 고통이 없었다.

숨 막힘이 없이 숨 쉬는 것이 편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었던 오랜 전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을 내가 이 순간을 간직해야 하는 순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약을 한 주먹 아니 두 주먹 정도를 한 번에 먹었다.

그래 조금 전 내가 느낀 그 순간을 내 마지막 기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긴 쉼을 선택하면 되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난 잠이 들었다.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이 그렇게 난 잠이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낮에 가을의 향기가 잠드는 사이에 느껴졌다.

한낮의 따스한 햇살이 내가 잠드는 순간에 내 몸으로 느껴졌다.

난 그렇게 내 마지막을 기억하며 잠들었다.

이젠 편히 잠들어 쉬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확실한 선택이라 생각하며 잠들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잠들어 쉴 수 없었나 보다.


누군가의 도움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쉼을 허락하지 않아서였는지 난 긴 잠을 자지 못하고 이틀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그때 내가 있던 곳이 내가 잠을 자며 쉼을 선택한 곳이 아니라 병원이었다.

눈을 떠서 난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원망하듯 가엽게 여기듯 내 옆에 있었다.

말없이 그저 나를 바라봤다.

원망도 있었고, 가엽게 여기는 눈빛도 있었다.

분명 난 눈을 다시 떴는데 그리고 그곳이 내가 잠을 청한 곳이 아닌 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 옆에 나를 원망하듯 가엽게 바라보는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병원에서 이틀이 지나 눈을 뜬 내가 내 옆에 그 사람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알지만, 내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분명 내 두 발로 걸었고, 내 입으로 말을 했는데 난 그 어느 하나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하루가 기억하지 못한 채로 지나 버렸다.

삼 일째 되던 날 나는 원망했다.

왜 나에게 내가 선택한 그저 오래 쉬고 싶다는 그 하나가 허락되지 못했는지 나를 원망했다.

하지만, 내 옆에 있었던 그 사람이 나에게 보내는 원망과 가여운 눈빛이 무언가 잘 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뭐라 말하지 않았어도 나에게 그가 보내는 원망과 가여운 눈빛이 내 머릿속을 지워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전에 나는 숨 막히는 답답함과 심장이 쪼이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오로지 그 벗어나는 생각뿐이었지만, 내 옆에 그 사람이 나에게 보내는 원망과 가여운 눈빛에서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깨어난 날 잠시라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잠시라도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그 어떤 생각도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긴 잠이 아닌 온전히 눈뜬 나로 세상을 보라고 잠시 기억을 멈춰준 것 같았다.

난 내 옆에서 나를 원망과 가여움으로 나를 지켜보던 그 사람의 이끌림으로 병원 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이끌림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나에게 작은 불꽃을 피워준 것 같았다.

이전에 내가 활활 피어나는 불꽃이었던 지금 이전에 나로 돌아갈 수 있게 작은 불꽃이 되어 준 것 같다.

그렇게 난 다시 피어나기 위해 나에게 하루만 더 견디며 나아갈 방법을 찾으려 했다.


무심하게 잔인한 말들,

누군가 나에게 무심한 듯 말을 했다.

나도 지금 힘든데 오늘을 견딘다고 나에게 무심한 듯 말을 해줬다.

난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이 싫었다.

난 이미 충분히 힘내려고 노력했고, 내가 낼 힘이 더 이상 없는데 어떻게 더 힘내라고 하는지 그 사람이 잔인하게 생각되었다.

난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산다고 말하는 사람이 싫었다.

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다 아는 것처럼, 자신들이 다 답인 것처럼 나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무심한 듯 자신도 힘들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어려움이 없어 보였는데 그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또 다른 누구는 자신의 옆에 다시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다.

손을 잡아주며 말하지 않고 그냥 내 눈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찾아와 따뜻한 밥 한 끼 먹여줬다.

추운 겨울 온몸이 차갑게 얼어 있는 나에게 따뜻한 불꽃이 되어 차갑게 부는 바람을 피해 쉴 수 있는 곳이 되어주는 것처럼 나를 움직이는 힘을 줬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간들을 기억하게 만들어 줬다.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기억하게 해 줬다.

나를 찾은 이들이 나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나를 혼내지도 않았고,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서 내가 느낀 것은 오래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아닌 오직 그 하나였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난 그걸 잊어버렸다.

지금까지 힘든 시간이 너무 길어서 모든 걸 잊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고통이 너무 길어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게 만들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속에 내가 함께하고 있었던 시간을 난 기억하지 못했다.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있어서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어서 그들이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프니 다른 사람의 아픔이 보였다.

다른 사람이 말하던 내가 싫어했던 말들을 아픈 사람에게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 보는 곳을 옆에서 그냥 봐주면 된다는 것을 내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새롭게 배웠다.

해가 뜨는 동쪽에서 해지는 서쪽, 북쪽의 추운 바람과 남쪽의 따뜻함이 그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보든, 어느 방향을 찾든 그건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같이 보는 것이고 걸어가는 것이다.

걸어가는 그가 방향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손잡아 주는 것이 중요하며, 보고 있는 것이 아픔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라는 것을 작은 불씨가 되어 보여주는 것이 함께하는 이유인 듯하다.

이제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큰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불씨의 시작은 고통스러워도, 힘들어도, 그저 주저앉고 싶어도 그 순간을 견디며, 딱 하루만 더 견디는 것이다.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루만 더 견디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난 그래서 하루만 더 견디고 나아가려 한다.

다시 찾아온 고통에 숨 쉬는 것도 힘들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서 움츠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불씨를 찾아서 그 작은 불씨에 기대어 단 하루만 더 견디고 있으려 한다.

이젠 하루만 더 견뎌보자.

그냥 “하루만 더”를 외치며 견디고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가고 다시 “하루만 더”를 외치며, 하루를 그렇게 하루를 채워 1년이 지났다.

난 목표한 시간의 날이 없다.

그저 하루만 더를 외치며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는 불씨가 되는 그날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든 고통과 두려움에서 나를 지킬 것이다.

아직도 가끔씩 찾아오는 고통과 두려움이 있지만 그냥 하루만 더를 외치며 견디고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내가 찾아가야 할 내일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외칠 것이다.

하루만 더

keyword
이전 06화그냥 그런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