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가끔씩 나는 이상하게도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보고, 마주 편에서 걸어오는 아이들을 보고, 주인과 산책을 하며 내 옆을 지나가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보고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나는,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그것에 궁금증이 일어난다. 내가 그들이 되어보지 않는 한 절대 알 수가 없는 그것들이 나는 궁금하다. 그래서 그들의 눈이 되어 나를, 우리를, 이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리곤 내가 느꼈던 그 감각들을 떠올리며 혼자서 ‘과연 그런 기분인 걸까 ‘ 하는 생각에 잠긴다.
일본에 있을 당시, 내 눈에 비치는 일본인들을 보며 반대로, 그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내가 일본어를 하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들릴지 하는 생각 따위를 자주 했었다. 나의 부족하기 그지없는 일본어가 그들에게는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의 어눌한 발음의 그것과 같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가끔씩 내가 일본인이 되어 외국인이 하는 일본어를, 내가 하는 일본어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일본인 친구에게 이야기하면 친구는 그저 ‘그게 뭐야’ 라며 웃어버렸지만, 나는 나름 진지하게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길거리에서 항상 한 번은 꼭 마주하는 동물들을 보면서도 저 개체들은 이렇게나 거대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며 말을 할 수 있는 우리를 보곤 과연 어떤 기분에 사로잡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강아지들은 색맹이라 흑과 백, 회색의 농도 차이만 분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럼 이 개체들의 눈에는 우리가 모두 다 똑같이 보이는 것일까? 과연 어떤 세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느 곳에서든 마주칠 수 있는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보며 내가 해외에서 느꼈던 그것들을 그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것일까 하는 혼자만의 추측들을 해본다. 나 또한 어린아이였을 당시, 거대하고 넓어 보이던 세상이, 그 크고 대단해 보이던 어른들이 지금의 아이들 눈에도 그렇게 보일지 항상 그 맑고 검은 눈동자 속이 궁금하다.
맨날 똑같은 세상에서 바라본 우리가, 이 세상이 가끔은 다른 시선으로 다르게 바라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면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던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깨닫게 될 수도, 알아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모든지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면 무뎌지는 진실 속에서 종종 그것들을 비틀어 잔잔했던 그 감각들을 다시금 일깨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