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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04. 2024

주절거림

해가 쨍쨍한 어느 날, 매미 소리에 먹먹한 귀를 털며 내며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선다. 알록달록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을 찬찬히 훑어보며 신중히 그중 하나를 고른다. 고르는데 집중을 하느라 저절로 내 미간에는 주름이 생긴다. 고심 끝에 고른 아이스크림을 꺼내 들고는 계산을 하고 나온다.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잽싸게 껍질을 벗기곤 차가운 고체의 그것을 한 입씩 베어 물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지랑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땀이 방울방울 맺힌 얼굴을 한 손으로 쓰윽 닦으며 일렁이는 거리를 바라본다. 그 열기에 점점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나무막대를 타고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이 내 손 위로 툭툭 떨어진다. 멍하니 있다 그 차가운 감각에 흠칫 놀라 시선을 아래로 떨군다. 손톱, 손가락, 손등, 손바닥 차례로 맑은 방울이 흘러내린다. 그 차가움은 곧 뜨끈해지며 금세 손에서는 찐득함이 느껴진다. 그 찐득함이 불쾌해 옷으로 대충 닦아봐도 그 찐득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은 빠른 속도로 내 손 위로 떨어진다.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한 입에 그것을 다 삼키려다 금방 띵해지는 머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댄다. 어느새 내 손에는 나무 막대만이 들려있다. 원래부터 나무 막대만이 존재했다는 듯 아이스크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찐득한 내 손만이 아이스크림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멍하니 아무런 형체도 없는 그 찐득함을 바라보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쓰윽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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