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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01. 2024

검은색의 세상

주절거림

인생은 무엇일까. 인생은 고통인 것일까. 끊임없는 고통. 그 고통이 끝나기를 내내 기다리지만 절대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이 지독한 고통에 약을 달고 사는 나. 진통제가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나. 진통제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나. 너덜너덜 해진 나의 마음. 다 해져 이곳저곳 구멍이 나 언제나 그 사이로 바람이 슝슝 들어온다. 그 쓰라림에 온몸을 최대한 말고는 조용히 이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래, 버틴다. 하루하루를 버틴다. 24시간을 버티면 또 다른 24가 다가온다. 그 무거운 압박감이 나의 마음을 짓누른다.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나날. 입술을 꽉 깨무느라 언제나 피투성이인 나의 입술. 눈물자국은 이제 사라지지 않고 내 얼굴에 고요히 자리 잡는다. 말라가는 나의 팔다리. 사소한 것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의 위장. 언제나 콩닥콩닥 뛰는 관자놀이. 반복되는 나날에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인지 오늘이 모레인지 자꾸만 잊는다. 자꾸 깜빡깜빡하는 나. 나는 누구인가. 나의 존재까지도 잊어버릴까 두렵다. 마음속에 있던 불씨는 어느샌가 자취를 감췄다. 새까만 숯 더미만이 남은 나의 심장. 그 재로 인해 탁해진 나의 피. 그 피는 온몸을 돌고 돌아 나의 머리, 나의 손, 나의 눈, 나의 입에 도달한다. 그 탁한 피는 쌉싸름하다. 언제나 입안에서는 쌉싸름한 맛이 난다. 무얼 먹어도 쌉싸름하다. 이러다 단맛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무섭다. 메말라가는 감정. 옅어지는 농도. 줄어드는 종류. 그 속에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댄다. 손에서 펄떡펄떡 뛰는 혈관을 느낀다. 나는 살아있구나. 나는 살아있어. 그것에 작은 위안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작은 의문이 든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일까? 살아있는 채 죽어 있는 것. 혹은 죽어 있는 채 살아있는 것. 그래 나는 죽어 있는데 살아있다. 아니 살아있는데 죽어 있다. 이곳은 나를 죽어 있게 만든다. 나는 산 채로 살아있을 수 있을까. 눈을 감았을 때와 같은 아주 새까만 검은색의 세상. 하얀 점들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펄떡펄떡뛰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며 입안에 퍼지는 쌉싸름한 침을 삼켜내며 눈을 감고는 흰색 점들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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