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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by 구름

잠결에 들려오는 빗소리는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투두둑’ 하고 일정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는 내 가슴 한편을 간지럽게 한다. 창문을 두들기는 비들은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처럼 나를 정겹게 부른다. 그럼 고요함 속에서 홀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는 아직 해도 뜨기 전인 이른 새벽 나를 깨운다. 그것에 짜증이 일기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먼저 앞선다. 언젠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잠을 청하던 밤, 얕은 의식 속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면 나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갔다. 깊은 갈증이 해소된 것처럼 그 소리에 더욱더 깊이 잠들곤 했다. 왠지 모르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나쁜 것들이,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이 비와 함께 다 희석되고 다 쓸려내려갈 것만 같아 가슴이 한없이 차가워진다.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면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길거리는 알록달록해진다. 그것에 평소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난 길거리는 제법 들떠 보인다. 그 들뜬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지 흐릿한 공기와 하늘과는 달리 나의 눈빛만은 또렷해진다. 그 또렷한 눈으로 흐릿한 풍경의 저 너머를 바라본다. 저 너머의 풍경은 비가 그친 어느 여름날의 풍경이다. 그 영롱한 초록빛에 맺힌 찬란한 물방울들을 상상하면 한없이 싱그럽기만 하다. 나의 몸에도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방울이 맺힌다. 그럼 난 그 물방울들이 내 몸에 다 스며들 때까지 그것들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서서히 작아지는 물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면 이 물방울들이 내 혈관을 돌고 돌아 심장에까지 도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에 잠시간 전율한다. 하지만 그 전율은 금세 끝나버리고 만다. 그것에 금방 아쉬움이 몰려온다. 하지만 아쉬움은 금방 기대감으로 변해버린다. 다시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전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떨리는 마음으로 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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