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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주절거림

by 구름

갈무리.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함.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미처 갈무리되지 못한 여러 모양의 감정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고 다양한 감정들이 남아 있을까? 나 또한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로 언제나 가슴 속이 넘실거린다.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 일에 아직도 갈무리가 되지 못한 감정들은 언제고 불쑥불쑥 나를 찾아와 괴롭힌다. 쉽게 갈무리되지 않는 감정과 생각들을 억지로 처리하려고 해 봤자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나중에 필시 탈이 나게 되어있다. 음식 또한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 감정도 똑같기 때문이다. 아직 소화되지 않는 감정들을 억지로 삼키려 해 봤자 이것이 나중에는 우리에게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이럴 때는 그저 묻어놓고 사는 것. 그저 들쳐보지 않는 것.


어떤 감정들은 몇십 년이 지나도 쉬이 갈무리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죽기 직전까지도 갈무리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감정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 또한 누구보다도 그 갈무리되지 않는 감정들이 갈무리되길 간절히 원하고 그것으로 인해 적잖은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갈무리되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은 없다. 죄다 한 두 가지씩의 감정들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갈무리되지 못한 감정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그것에 나를 탓하지는 말자. 그 갈무리되지 못한 감정들을 애써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 말자. 우리의 상처와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 그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잘 살피고 약을 바르고 소독하는 것도 중요하다. 흉터가 남을지언정 단단한 새살이 돋아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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