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항상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어김없이 헤매는 나. 그래서 나의 기억 속 겨울은 항상 밤거리를 코가 시릴 때까지 빙글빙글 돌며 생각에 잠겨있는 내가 있다. 매년 겨울이 되면 반복하는 일이기 때문에 '겨울' 하면 언제나 내게는 그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 버린다. 온몸을 최대한 칭칭 동여매고 나와서는 시린 냉기를 맞으며 매번 뜨거운 머리를 식혔다. 겨울은 찬 날씨와는 다르게 머리가 뜨거워지는 계절이다. 한 해가 거의 다 끝나가고 이제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 할 일만 남았을 때, 아직은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한해를 되돌아보며 과연 나의 1년은 어땠는지, 좀 더 나은 내가 되었는지를 헤아려본다. 그리곤 누구나 그러하듯 앞으로 다가올 새해는 모든 것이 부족했던 올해와는 좀 다르게 보내고 싶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따위를 골똘히 고민해 본다. 그래서 항상 연말은, 겨울은 내게 무겁게만 다가온다.
겨울만 되면 이 1년에 대한 최종 통지표를 받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거나 혹은 뒤처져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불안함과 초조함에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붙잡고만 싶어진다. 하지만 매번 만족보다는 불만족과 후회가 남아 이것을 수습하고자 새해가 오기도 전에 미리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며 홀로 조급해진다. 그래서 나는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서성거리며 온갖 생각들에 잠긴다. 그러다 보면 추위도 잊은 채 볼이 빨갛게 물들 때까지 겨울 밤거리를 빙글빙글 돌며, ‘앞으로 난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답이 없는 질문들을 내게 던진다.
아직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고, 마무리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이미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마무리를 준비하며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에 홀로 마음이 초조해지고 조급해져 생각과 계획만이 많아진다. 이제 코끝이 시려지며 점점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지독히도 느끼고 있는데, 이번 겨울에도 분명 나는 밤거리를 서성이며 여러 생각에 잠길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한 해를 마무리할 준비가 되지 않아 아직도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두렵다. 겨울이 오는 것이, 추워지는 것이.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밤거리를 헤매어야지만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