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사람이 지나갈 때면 항상 마음속으로 ‘일, 이, 삼’ 숫자를 센다. 그럼 3초 후 그 사람의 체향이 나의 콧속에 퍼진다. 어떨 때는 미리 상상을 하며 궁금해하기도 한다. 저 사람의 체향은 어떨까, 과연 어떤 향기를 가지고 있을까.
그 수많은 지나침 속에는 결코 잊지 못하는 향기도 있다. 처음 만난 그가 악수를 건넸을 때, 그 악수와 함께 내게로 전해져 오던 그의 향수 냄새.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와 함께 나를 지나쳐가던 그의 익숙한 섬유유연제 냄새. 여행 중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 그녀의 달큰한 샴푸 냄새. 어릴 적 무서운 꿈을 꿨을 때마다 엄마의 품속으로 들어가면 내게는 안정제처럼 느껴지던 엄마의 포근한 살냄새.
지금도 그 냄새들을 기억하면 그때의 기억 속으로 나는 다시금 빨려 들어간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며 어느 순간 선명한 기억으로 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후각은 시각만큼이나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다. 내가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은 과연 나를 어떤 냄새로 기억할까. 내가 부디 그들에게는 아픈 냄새가 아니었으면 하지만, 내게도 당연히 가슴을 아리게 하는 냄새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괜스레 사람들의 체취를 맡고 싶지 않은 날에는 상대가 지나갈 때까지 숨을 꾹 참고는 마음속으로 천천히 5초를 센다. 그리곤 그대로 폐가 아파올 때까지 가슴 깊이 공기를 들이마신다.
오늘따라 기억이 나는 체취가, 향기가 있다. 그 냄새들은 불과 어제 맡은 것처럼 내게 선명히 느껴진다. 하지만 앞으로도 난 그 냄새들을 영원히 맡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 냄새들이 더욱더 그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