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해안도로는 원을 그린다

[二輪紀行] ep. 11 사천에서 남해

by 최기훈


바다는 쉼 없이 부서졌고, 오토바이는 그 곁을 달렸다.


삼천포항을 나선다. 항구의 공기는 짜고 비릿하다. 갈매기들이 바람을 따라 울고, 어선은 부두에 매달려 있었다. 항구의 소란을 뒤로하고, 창선삼천포대교로 향했다. 다리는 바다 위에 길게 걸려 있었다. H형으로 높게 솟은 사장교의 선은 하늘과 바다 사이를 절묘하게 가르며 뻗어 있었다. 바다의 물살은 세차게 몰아쳤다. 섬과 육지는 그렇게 이어졌다.


지족항에 닿자, 죽방렴이 바다 위에 펼쳐져 있었다. 대나무 발을 엮어 물길을 막지 않고 멸치를 잡는 오래된 방식. 지금도 전통방식으로 잡은 이곳 인근의 일명 죽방멸치는 최고로 쳐준다. 그 맛을 보기 위해 항구 옆 식당에 들어가 멸치쌈밥을 먹었다. 짭조름한 멸치와 된장국물, 상추와 깻잎에 싸 먹는 밥 한 숟갈에 남해 바다의 맛과 향이 진하게 전해졌다.


길은 다시 언덕을 오른다. 독일마을에 닿으니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언덕을 덮고 있었다. 옥토버페스트가 있는 10월이면 수많은 인파와 차량들로 가득 차는 곳. 그러나 오토바이 라이더에게 음주는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독일식 맥주와 소시지를 그냥 스쳐 보냈다.


물미해안도로에 들어서자 길은 바다와 나란히 달렸다. 물건항에서 조미항까지 이어지는 길은 굽이굽이 좁았다. 파도 소리와 엔진음이 나란히 이어졌다. 바다는 쉼 없이 부서졌고, 오토바이는 그 곁을 달렸다.


길은 산에 숨었다가 바다로 나타나고,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 마치 회전목마가 원을 돌 듯, 열림과 닫힘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나무로 드리워진 언덕을 지나면 상주은모래해변의 풍경이 크게 열린다. 고운 모래는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번쩍였다. 바닷바람이 해송 숲 사이로 스며들었다. 해송 방풍림 아래에서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늘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그 고요가 잠시 숨을 고르게 했다.


남면해안도로는 바다와 더 가까웠다. 평산마을에서 두곡, 월포까지 길은 바다와 마주 달렸다. 길은 좁고 굽었지만, 바다는 손 닿을 듯 가까웠다. 엔진음과 파도 소리가 한 몸처럼 겹쳤다.


남면해안도로가 끝나자 다랭이마을이 나타났다.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쌓아 올린 논들이 바다를 향해 내려앉아 있었다. 봄에는 모내기 물이 하늘을 비추고, 가을이면 황금빛이 바다에 겹친다 했다. 논과 바다가 한 자리에 맞닿은 풍경. 논에 비친 하늘과 바다가 겹쳐지니 바다와 땅과 하늘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환상 속 같았다. 많은 이들이 남해의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다랭이마을을 꼽았다.


남해읍을 지나 길은 다리로 하동까지 이어졌다. 남해대교는 오랫동안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길이었다. 지금은 그 옆에 노량대교가 새로 들어섰다. 두 다리는 나란히 바다 위에 걸려 있다. 아래로는 노량해협이 요동쳤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장, 이순신이 최후를 맞았던 자리. 바다는 그때의 함성을 삼켰고, 지금은 고요한 물결만 요동친다.


해가 기울며 바다는 붉게 물들었다. 낮에는 바다와 구분되지 않던 논이, 저녁에는 불빛을 받아 바다와 함께 붉어졌다. 땅과 바다와 하늘이 겹쳐지는 풍경 속을 나는 달렸다. 고개를 넘으면 바다가 열리고, 바다 곁에는 논이 있었고, 그 위에는 하늘이 있었다. 남해의 길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었다. 산이 닫고, 바다가 열리고, 논이 겹치고, 다시 바다가 나타났다. 오토바이는 그 원을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남해의 길은 그렇게 회전목마처럼 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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