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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궁이 Dec 13. 2023

진단명 'scabies'

피부병

Dr. Josepine 진료실을 나왔다. 

살면서 피부병을 앓아본 적이 없어서 온몸에 퍼져가는 이 가려움증이 도대체 가라앉질 않아 너무 궁금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이제 아토피가 되는 건가 하며 귀를 종끗 세워 그녀의 말을 들었다. 

진단명은 'scabies' , 한국에서는 7,80년대 군대에서나 유행하는 병이었던 '옴'이란다. 

피부에 침투한 충이 알을 까고 온몸에 퍼지는 병. 


밤에 잠을 못 자고 벅벅 긁느라 비몽사몽 했던 지난 며칠이었다. 

며칠 전까지 밤에 자다 깨서 피가 날 정도로 긁고 가려워서 울기도 했다. 

얼음을 얼려서 가려운 부위에 대거나 손바닥으로 피부가 벌게질 정도로 때리거나 해도 소용이 없었다.

정말 기왓장으로 긁었다던 성경 속 인물 '욥'이 생각날 정도였다. 


옴이 어디서 옮겨 붙은 거지?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런가,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져서 이제 피부도 반응이 있는 건가?

주말마다 마을 들어가는 것 때문일까?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옮았을까?

흙먼지 펄펄 날리는 건기라서 바람 타고 날아와 붙었나? 

지난날을 더듬으며

내가 왜? 옴은 또 뭐야?라는 질문에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누런 녹물이긴 하지만 나름 매일 샤워도 하고 어딜 가나 손 씻기 철저한 개인위생엔 철저한 나였는데, 

피부병이라니

그리고 행정원 대행 중인 박사님께 자기 관리를 못한 것에 대한 질책까지 듣고 오니 마음이 너무 지친다. 

머나먼 타지에 나와 어쨌든 원치 않은 풍토병에 자꾸 걸리는 건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닌데, 

말라리아에 이어 옴까지 고루고루 병원신세를 지니 속상해서 하신 말씀이겠지 하면서도 가시 돋친 말은 

언제나 따끔따끔 아프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말고 가라앉을 때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약으로 샤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약 처방전을 써 주었다.

알려준 대로 약국에서 사 온 약을 머리에 쏟아부어 두피에 바르고 온몸 구석구석 약으로 씻어냈다. 

기분이 그런 건지 , 약으로 샤워하고 나니 덜 가려운 것도 같고.

오늘밤은 좀 잘 수 있으려나?

추억의 메일을 찾았다

아프리칸으로 1년 넘게 살다 보니 피할 수 없는 병치레로 말라리아도 3번이나 걸리고, 이질 그리고 피부병 옴까지 다채롭구나. 

현지에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덤덤하면서도 

이렇게 가려운 피부병을 앓아보니, 병원에 찾아오는 각종 피부병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다른 질병에 비해 가려움증은 피부 고름은 가볍게만 여겼던 나를 반성하며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아는구나. 

아는 만큼 할 일이 보이고 

딱 아는 만큼 위로할 수 있는 것이구나를 깨닫게 된다. 


번거롭긴 하지만, 어엿한 카메루니안이 돼 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나 '옴' 걸린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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