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살릴 것이냐 말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아궁이

40대 중반이 되고 보니
왜 이 나이를 ‘불혹’이라 했는지 조금은 알겠다.

젊은 시절, 나와 다르면 쉽게 비판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이제는 내 안에도 있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단,

이쪽도 저쪽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분명 ‘친모’인데도, 어느 순간 ‘계모’가 되는 순간이 있고
세상 둘도 없는 커플이라며 행복해하다가도
어느 날은 “돌싱이 꿈”이라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 글은 결혼 15년 동안 반복된 내 일기장 속 레퍼토리, 스테디 넋두리다.


생각해 보면, 끝낼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이 몇 번 있었다.

그때도 나는 ‘나와 다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희망을 걸며 믿고 싶었던

그 몇 가지들은 슬프게도 착각이었다.


애초에 없던 것을 그려두고 그냥 믿기로 한 것.
그렇게까지 믿어버린 건…
도파민 때문일까? 세로토닌 때문일까?


왜 그랬을까?

왜 내 안의 망설임에 귀 기울이지 않았을까?

그때 끝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나 때문이다.

우유부단, 결정장애, 무한긍정...

지금 생각해 보면 쓸데없는 연민으로 왠지 나여야 할 것 같았고

우리는 어쩌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


마지막 망설임에도

나는 결국 용기 내지 못했다.


그냥 봐도 안 어울린다.

하나는 키가 크고 다른 이는 작다.
외모부터 성격, 성향, 가치관, 습관까지.

그나마 같다고 여겼던 종교적 신념과 비전조차 모든 게 달랐다.


왜 그랬을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무모한 것을.

인간이 원래 남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니까.


결혼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나는 ‘미친 짓’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지난 세월 동안 지옥 같은 싸움의 반복 속에서

깨닫고 또 깨닫는 것 같아도 결국 제자리.

지금 내가 무기력한 이유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이다.

쏟아내도 해결되지 않는 제자리걸음.


10년 차 무렵엔

자정쯤 시커먼 한강 물을 바라보고 서 있었고

그 캄캄한 밤에 하염없이 한강 다리를 걷고 걸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들어오려고 야근 후 몇 시간씩을 걸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해결하려 해도

마음이 쉴 곳이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시작된 결혼의 배신은 계속됐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말투도 행동도 취미도

즐겨보는 TV프로도

인생의 방향도

먹는 것 , 입는 것, 생활의 모든 스타일도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 나. 도.


골든 타임은 아직 남아있을까?

지금이 골든 타임일까?

결혼 20년 차가 되어 오늘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관계의 외줄 타기


이혼과 결혼은 한 끗차이이다.

하이드가 된 내가 겨우 붙잡는 한 순간이 결혼을 유지하게 한다.

우선멈춤 그리고 숨 고르기 그런 다음 빠른 사과.


골든타임은 부부에게도 있다.

진심이 담긴

어른스러운

힘들겠지만 따뜻함이 있는

사과 한마디

"미안해"


그 한마디로 나는 하이드에서 다시 지킬박사로


너무 싫다가도
모든 게 용서되고
아름다워지는 홀가분함.


오락가락하며 외줄을 타는 40대의 나를 기록해 본다.

어느 쪽을 위한 골든타임이 될지는 내 마음과 용기에 달려있다.










토요일 연재